10개월간 세계 첫 ‘OLED TV’ 개발한 LGD 오창호 상무 “20명 연구특공대 無에서 有 창조”
LG디스플레이 OLED TV 개발1담당 오창호 상무(오른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연구진이 18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전시장에 설치된 OLED TV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전자가 2일 세계 최초로 출시한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오창호 상무 등 360여 명의 LG디스플레이 연구진은 10개월 동안 밤낮없이 개발에 매달리며 웃고 울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 2012년 2월 “불가능하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1년 금성사에 입사한 오 상무는 20년 동안 LCD TV에 매달린 전문가다. 그 역시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대형 OLED TV는 안 된다’고 확신했다.
오 상무는 “2008년 일본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 시절 현지 연구진과 ‘OLED TV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지난해 2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특명을 내렸다. “OLED 개발팀에 구원투수로 들어가 무조건 연내에 패널을 출시하라.”
그래서 지난해 3월 ‘M-TV 회의체’를 만들었다. 개발그룹과 생산그룹 연구진 20여 명이 매일 오전 9시에 모여 한 시간 동안 문제점을 공개하고 해결책을 찾았다. ‘M’은 LG디스플레이가 선택한 WRGB 기술의 ‘W’를 거꾸로 뒤집은 비밀코드다. ‘세상을 뒤집겠다’는 각오가 담긴 암호다. WRGB 기술은 기존 RGB(적녹청·Red Green Blue)에 흰색 W(White) 픽셀을 추가한 방식이다.
M-TV 회의체는 불량 등 문제가 발생하면 서너 가지 가설을 세운 뒤 부서에 관계없이 같은 가설을 지지하는 사람끼리 뭉쳐 해결책을 찾는 식으로 운영했다. 모두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라 최대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썼다.
오 상무는 “토요일에는 일부러 부정적인 이야기는 금지하고 서로 칭찬만 하도록 했다”며 “‘첫 양품(良品·불량이 아닌 정상 제품) 나온 날’ 등 기념일을 만들어 억지로라도 박수를 치고 웃었다”고 했다. 서서히 진정한 협업이 이뤄지면서 개발 속도가 빨라졌다.
○ “다시 시작”, 그리고 12월 “해냈다”
그러나 OLED는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당초 목표였던 8월까진 결국 양산에 실패했다. 오 상무는 “솔직히 그때까지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수백 가지였다”며 “처음부터 설계를 다시 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연구와 고민 끝에 개발팀은 세계 최초로 OLED에 저온폴리실리콘(LTPS) 대신 산화물반도체(옥사이드)를 이용한 박막트랜지스터(TFT) 하판을 적용하는 ‘모험’을 했다. 옥사이드 하판을 사용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8세대 LCD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어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대형화도 쉽기 때문이다.
오 상무는 “이제까지는 일본 업체들이 만들어 놓은 LCD 기술을 발 빠르게 따라가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우리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거라 몇 배는 힘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WRGB를 도입한 것도 혁신이었다. 백색광을 추가하면서 더 깊은 색상을 낼 수 있었고 응답속도를 끌어올려 화면의 잔상은 줄였다. 새로운 시도는 먹혔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사실상 1% 미만이던 수율(완성품의 비율)도 점점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24일, 정말 안 될 것 같았던 프로젝트도 마침내 끝이 났다. 한상범 사장과 권희원 LG전자 사장이 만나 1월 2일 출시를 결정했다.
오 상무는 “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는 결국 해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지난 10개월은 과연 될지 안 될지를 시험해보는, 어찌 보면 굉장히 두려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극복해냈고 모두가 함께 성공의 경험을 맛봤다. 앞으로 열릴 새로운 OLED TV 시대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