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 이후 기업과 금융회사의 탐욕을 감시하는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외부 압력만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바뀌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라젠드라 시소디아 미국 벤틀리대 교수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랑받는 기업’ 28곳을 분석해 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떠들썩한 마케팅을 하지 않고도 경쟁사의 2배나 되는 수익을 내고 있었다. 마케팅 대가인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한술 더 떠 미래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단언했다.
▷동아일보가 서울여대 착한경영센터, 리서치앤리서치(R&R)와 함께 조사했더니 시민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착한 기업’은 매출액이나 사회공헌 지출 비용과는 순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수십 년간 소신을 갖고 꾸준하게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온 유한킴벌리, 우정사업본부(우체국택배), 한국야쿠르트와 같은 중견기업들이 1∼3위를 차지했다. 일회성 이벤트나 돈만 쏟아 부어서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지난해 국내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327곳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국내 기업과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지출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벌고 쓰느냐에 따라 인지도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박용 논설위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