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권모 산업부 차장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전에 당신이 자신의 손가락 열 개를 한번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오늘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반지’에 관한 것이다.
영국 작가 J R 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는 절대반지가 등장한다. 이 반지를 끼기만 하면 누구나 천하무적이 된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 반지는 그 주인을 변하게 한다. 그것도 나쁜 방향으로 말이다. 절대반지의 주인은 남의 아픔에 둔감하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며,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절대반지의 가장 큰 해악은 공감능력을 상실케 한다는 데 있다. 전우영 충남대 교수(심리학)는 ‘권력의 맛’이 두뇌 속 ‘거울 뉴런’(사람이 타인의 행동에 반응하게 함)을 마비시켜 공감능력을 갉아먹는다고 지적한다. 절대반지가 선사하는 권력은 누군가에게 마음껏 상처를 줄 수 있는 능력이며,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공감능력이 없으면 결코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자는 몇 해 전 세계적인 헤드헌팅 업체 이곤젠더의 데이미언 오브라이언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그는 좋은 인재를 뽑는 기준 중 공감능력으로 대표되는 감성적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성지수(EQ)가 지능지수(IQ)보다 CEO의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미 학문적으로 증명됐습니다. CEO는 사내외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활발히 의사소통하며,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이니까요.”
절대반지의 권력은 그 주인을 버려놓을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해가 된다. 무분별한 권력 남용의 분위기는 너무나 쉽게 리더를 넘어 기업 전체로 퍼진다. 기업이 절대반지를 끼게 되면 그 회사 앞에는 곧 ‘멸망의 문’이 활짝 열린다. 공감능력이 없는 기업은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성공의 열쇠인 고객의 마음을 읽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마케팅이란 고객의 욕구를 알아내 그것을 충족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역시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이 누구인지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했다. 현대 마케팅의 전제는 “나는 틀릴 수 있다. 고객이 언제나 옳다.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이다.
이제 다시 당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라. 절대반지가 보이는 듯싶으면 ‘오만함 지수’란 것도 한번 계산해 보라. ‘오만함 지수(AQ·Arrogance Quotient)=자만심÷본인의 실력’이다. 여기서 실력이란 회사 배지나 직위가 없을 때의 ‘전투력’을 뜻한다. 만약 AQ가 너무 높게 나왔다면 자만심을 줄이거나 실력을 키워야 한다. 절대반지를 빼버리는 것도 잊지 마시길!
문권모 산업부 차장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