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부 교수
2006년 창립된 UNITAID는 유엔이 지정한 세계 3대 질병 퇴치를 위한 기구로 그 사업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더 나은 품질의 생명 구호 의약품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시장 직접 개입 방식을 채택한 세계 최초의 보건의료기관이다. 둘째, 세계 최초로 도입한 소액의 항공권 부담금 제도를 통해 재원의 상당 부분을 마련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 프랑스를 비롯한 9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UNITAID의 지난 5년간 출연금 총액은 1조6000억 원이며, 이 중 65%가 항공권 부담금을 통해 조달된다.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항공권연대기여금을 도입했으며, 국제선 항공권 1장당 1000원 정도를 후원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UNITAID 설립 이후 첫 5년간의 성과를 평가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이 평가는 UNITAID가 질병 퇴치에 놀라운 기여를 하고 있음을 확인해 줬다. UNITAID는 의약품 구매자 역할을 해 제조업체들이 그간 외면했던 소아용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소아환자 10명 중 7명이 지원받게 됐고, 약품가도 최대 80% 인하됐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시장 개입 전략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8월 우리 국회가 ‘국제빈곤퇴치기여금’ 제도를 2017년까지 연장하고 항공권연대기여금을 유지하기로 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항공권연대기여금 외에도 새로운 고통 없는 부담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 채권, 파생상품 거래에 거의 부담이 안 되는 소액을 빈곤 감축에 할당하는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거나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UNITAID는 유럽연합에서 주식 거래에 0.5%, 채권 거래에 1%, 파생상품 거래에 0.01%의 세금을 부과해서 142조 원의 국제빈곤퇴치기금을 마련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세계 최초의 국가인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한국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아프리카의 질병 퇴치에 대한 한국의 기여와 UNITAID의 영향력에 주목해야 할 때다.
조명환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