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개봉 ‘문라이즈 킹덤’
“요런 깜찍한 커플을 어쩌면 좋을까.” 익살스러운 장면의 연속인 ‘문라이즈 킹덤’. 진진 제공
1965년 미국의 한 시골마을. 들판에서 야영을 하던 보이스카우트 샘(자레드 길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졌다. 랜디 대장(에드워드 노턴)과 다른 대원들이 샘을 찾아 수색에 나선다. 같은 시각 열두 살 소녀 수지(카라 헤이워드)도 부모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수지의 부모와 랜디 대장은 실종 신고를 낸다.
들판 한가운데에서 소년과 소녀가 만난다. 수지는 원피스로 한껏 멋을 낸 피크닉 차림이고, 샘은 한 손에 총까지 든 늠름한 보이스카우트의 모습이다. 손잡은 두 아이는 강물을 건너고 숲을 지나 해변에 이른다. 텐트를 친 뒤 해수욕을 즐긴다. 아담과 이브처럼 완벽한 이상향을 찾은 듯….
파스텔 톤의 화면은 아날로그 시대에 대한 향수로 가득하다. 손가락을 넣어 다이얼을 돌리는 전화기, 카세트 플레이어, 각진 자동차들…. 그 시대 소품들이 아련한 추억을 끄집어낸다. 삼각 천을 목에 두른 보이스카우트의 얼굴도 반갑다.
영화를 보고 나면 서랍 속 깊이 넣어두었던 어린 시절 딱지가 담긴 보물 상자를 꺼내 보는 느낌. 깨알같이 배치된 익살스러운 장면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한 ‘올해의 훈훈한 영화상’ 감이다. 성장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나 ‘소나기’를 떠올리면 된다.
발칙하고 통통 튀는 1시간 30분짜리 동화는 ‘로얄 테넌바움’(2002년) 등을 연출한 웨스 앤더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브루스 윌리스, 빌 머리, 틸다 스윈턴 등 할리우드의 스타 배우들이 아역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좌’하는 데 만족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