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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마을공동체를 찾아서]육아 공동체

입력 | 2013-01-22 03:00:00

고마워요 ‘돌봄지원’… 공동양육센터 아이들 푸근한 웃음




지난해 12월 마을 주민들의 육아 품앗이가 이뤄지는 한빛마을센터에서 아이들이 책상에 둘러앉아 시 쓰기와 그림 그리기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품앗이 육아를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돌봄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빛마을센터 제공

거실 하나와 작은 방 두 개로 이뤄진 66m²(약 20평) 남짓한 공간. 한 살배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까지 20여 명의 아이가 모여 있었다. 방과 거실을 가로지르며 꼬리잡기 놀이를 하는 아이, 피아노를 치는 아이, 아기를 돌보는 아이 등 제각각이었다. 14일 찾은 서울 은평구 역촌동 역촌초등학교 인근의 한 작은 건물 2층의 풍경은 가정집처럼 훈훈한 분위기였다.

아이들이 ‘이모’라고 부르던 김미희 씨(42·여·한빛마을센터 대표)가 “자유시간 끝!”이라고 외치자 큰 아이들은 긴 책상에 앉아 시를 쓰는 수업을 시작했다. 작은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큰 아이들 옆에서 조용히 놀았다. 김 씨의 어머니 김옥단 씨(63)는 여느 할머니들처럼 아이들에게 붕어빵과 요구르트를 나눠 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자가 “여긴 뭐하는 곳이죠?”라고 아이들에게 묻자 “여긴 ‘한빛마을센터’예요. 놀고 공부도 하고…. 뭐든 다 해요”라고 답했다.

한빛마을센터는 ‘육아 품앗이’ 공간이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는 대신 엄마들이 각자의 집을 돌며 아이들을 모아 돌보던 은평구 내 5개 육아 품앗이 모임이 지난해 9월 이곳에 공동 돌봄센터를 함께 열었다. 각자의 집에서 아이들을 모아 공동 양육할 당시 이웃에서 시끄럽다는 항의가 자주 들어왔고 교육 공간도 충분치 않아 십시일반 돈을 모아 이곳을 전용 공간으로 빌린 것.

아기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시간이 빌 때마다 이곳을 찾아 함께 친형제처럼 어울려 논다. 부모가 돌아가며 재능 기부 형식으로 제공하는 수업도 듣는다. 간식과 식사를 제공해 주는 이도 모두 아이들의 부모다.

그러나 월세 110만 원 등 운영비 부담이 만만치 않아 불안감을 느낄 무렵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돌봄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돌봄지원사업은 시가 지난해 8월부터 육아 품앗이를 하고 있는 모임을 대상으로 연간 300만∼400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 이 지원금을 공동 양육 공간 운영비, 수업 지원금 등으로 쓸 수 있게 했다. 지난해 이 사업으로 공동 육아 공동체 12곳이 지원금을 받았다.

한빛마을센터는 이 사업의 지원대상으로 뽑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30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내 아이는 물론이고 우리 동네 아이는 부모들이 직접 돌본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월세를 비롯한 운영비가 부족해 센터가 와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다”라며 “이제 그런 걱정을 안 해도 돼 마음이 놓인다”라고 했다.

돌봄 지원으로 한시름 던 곳은 또 있다. 성북구 길음1동 주민센터 2층의 한 교실에서는 유아 6명과 엄마들이 모여 ‘행복한 아이들’ 육아 품앗이 모임을 한다. 이들도 마을공동체 돌봄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총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주민센터는 아예 교실 하나를 ‘행복한 아이들’ 전용 공간으로 내줬다.

4세 딸을 품앗이로 양육하는 윤은정 씨(38·여)는 “지원을 받은 뒤 육아 품앗이 교실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라며 “좋은 교재도 구입하고 전문가의 컨설팅도 받을 수 있어 육아의 질이 높아졌다”라고 했다.

서울시는 올해 돌봄지원사업 대상을 20개까지 늘려 마을공동체 공동 양육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시간제 양육이 가능한 공동양육센터 등 돌봄지원 사업장의 형태도 다양화해 보육 수요를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황요한 여성가족정책실 출산육아담당관은 “육아 품앗이 형태의 공동 양육은 어린이집과 가정 양육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라며 “보육은 지속성이 중요한 만큼 올해도 돌봄 공동체를 발굴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판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