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1일 월요일 비. 구강 사회. 트랙 #41 Nine Inch Nails ‘Happiness in Slavery’ (1992년)
현대 사회의 기계성을 기계적 음향으로 고발하는 미국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 1992년 ‘브로큰(고장)’에 이어 이를 리믹스한 ‘픽스트(수리)’ 음반을 냈다. 사진 출처 나인 인치 네일스 홈페이지
시술대에 눕자 만감이 교차했다. 첫 단계는 스케일링. 의사는 뭔가로 이와 잇몸을 갈아댔고, 혀끝에 슬슬 피의 맛이 느껴졌다.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마취주사를 위한 마취란 없는 걸까. 기다란 주삿바늘이 내 소중한 잇몸을 찔러오자 비명이 절로 났다. 성토할 수도 없었다. 입을 쫙 벌린 채 바짝 곤두선 신경으로 ‘그’의 처분을 기다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50분간의 끔찍한 ‘고문’은 “자, 입 헹구세요”라는 말로 끝났다. “껀난… 건…가여?” 핏물을 토해내며 바보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원하는 답을 얻어냈다.
신경 치료를 한 주 쉰 지난 주말. 행복했다. 토요일엔 홍대 앞에서 본 재즈힙합 밴드 쿠마파크의 그루브에 제대로 신났고, 일요일엔 이태원에서 본 최백호의 재즈 콘서트에 울컥했다. 즐거움이 게스트로 나온 아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공식적인 내 입장이다.
내 구강에도 사회가 있고, 부조리극이 있더라. 묘한 청량감이 고통과 번갈아 찾아왔으니까. 근데 이번 주말은 안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