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씨(34·여)는 전문대 카지노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지방의 카지노에서 일하다 불법 카지노로 옮겼다가 지난해 경찰에 붙잡혔다. B 씨는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지만 나이 드는 것만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딜러가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지 감시하는 눈초리도 견디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불법 카지노에서 일하던 선배의 연락을 받고 서울로 올라왔다. 하루 평균 20만 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결국 도박 방조 혐의로 전과자 신세가 됐다.
“불법 카지노 현장엔 카지노 관련 학과 출신 딜러가 꼭 있다.” 불법 도박장을 단속하는 경찰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남 일대의 불법 카지노는 멀리 강원랜드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24시간 영업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실제 카지노를 똑같이 재현하기 위해 정식 카지노 출신 딜러까지 영입해 이를 홍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카지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딜러의 ‘손맛’과 실력도 중요하게 여긴다”라며 “딜러들의 불법 카지노 유입을 끊어야 도박범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 3일 간격으로 호텔을 옮기거나 일주일 단위로 오피스텔, 아파트를 옮기는 불법 카지노와 숨바꼭질하고 있다.
국내에는 4년제 1곳과 2년제 5곳 등 총 6곳의 대학에 카지노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딜러 양성을 위한 사설 학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일부 카지노에선 신입 딜러를 뽑을 때 외국어 능력을 더 중시해 카지노학과 출신의 설 자리가 그만큼 줄고 있다. 수도권의 한 카지노는 지난해 신입 딜러 40여 명 중 카지노학과 출신을 단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카지노 관계자는 “신입 딜러는 교육생 신분으로 기술을 다시 배우므로 사실상 학교에서 배운 내용은 전혀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취업이 불안하다 보니 아르바이트로 불법 카지노의 문을 두드리는 대학생도 있다. 강원도의 한 카지노학과 교수는 “불법 카지노 단속 보도가 나올 때마다 우리 학교 학생이 연루됐을까 걱정된다”며 “학생들에게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자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설립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일부 카지노학과나 학원도 이를 근거로 ‘초부가가치 산업 카지노’ ‘미래 지향적인 직업, 딜러’ ‘연봉 5000만 원 보장’ ‘100% 전원 취업’ 등을 내세워 학생 모집에만 힘쓰고 있다. 세경대 호텔카지노경영과 윤대균 학과장은 “카지노에 대한 경제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딜러에 대한 인식과 관심도 필요하다”며 “딜러의 처우가 개선돼야 불법 카지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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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