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한반도 통일은 중국을 활용할 때만 가능합니다. 북한보다 한국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중국 측이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정권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52)가 들려주는 통일을 앞당기는 법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차 교수는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이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NSC에서 일하며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을 수립했고 현재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실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최근 내한한 차 교수는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코리아 프로젝트 : 한반도 통일에 대비한 장기대책 모색' 보고서를 발표한 뒤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대 강국 중 중국만이 북한과의 관계, 통일 후 중국의 영향력 약화 등을 이유로 한반도 통일을 원하지 않고 있다"며 "한반도 통일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특히 북한보다 남한과 더 가까이 지내는 게 중국에게 더 좋다는 인식을 꾸준히 심어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1992년 한중수교 후 경제 교류 확대를 바탕으로 줄곧 우호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던 양국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기점으로 친구이면서 동시에 적이기도 한 '프레너미(frenemy)' 관계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천안함 사건 당시 중국이 북한의 도발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에도 노골적인 '북한 편들기'로 유엔 안전보상이사회의 대북 제재안을 무산시켰고,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북한을 규탄하는 성명 채택을 무산시킨 바 있다.
그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보다 미국에 치우친 외교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고 중국이 이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양국의 협력관계가 퇴색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점에서 한중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명박 정권 때보다는 한중관계가 좋아질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는 "김정은 정권이 언제 붕괴할지, 한반도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는 일은 현재로선 무의미하다"면서도 "통일 시점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해서 통일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준비 안 된 통일은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남북통일 이후 한반도 재건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와 정책 대비를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