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미래에 대한 드러커의 또 다른 명언을 보자.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 이 두 명언을 조합해 보면 ‘미래를 창조하려면 과거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미래’와 ‘창조’라는 키워드와 맥이 닿을 수 있는 내용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학의 영역이어야 한다. 경험과 느낌이 좌우하는 혼돈계의 안갯속이 아니라, 항상성(Steady state)과 주기성(Periodicity)과 인과성(Casualty)을 함수로 하는 복잡계의 정상에서 살펴야 한다. 날씨를 예보하든 주가를 예측하든 미래는 과거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을 통해 점점 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창조’에 필요한 정책 기능은 크게 기획·조정 기능과 집행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과학기술 관련 정책 기능을 보면 기획·조정 기능은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하고, 집행 기능은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최근에 이르러 기획·조정 기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로 수렴되는 방향으로 진화했지만, 집행 기능은 여전히 분산된 상태에 머물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분산된 집행 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로 모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동안 애써 확보한 기획·조정 기능을 미래부의 단위 조직으로 내려보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과위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제1차관 소속의 단위 조직으로 분산시키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의 과학기술 기본 계획과 로드맵을 짜려면 기획·조정 기능을 집중시키고 강화해야 한다. 과학기술 행정구조(governance)를 총괄하는 조직이 필요하다. 자동차로 치면 이 기능은 내비게이션(navigation)에 해당한다. 내비게이션은 앞으로 전자제어장치(ECU·Electronic Control Unit)와 연결되어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ECU는 연구개발예산을 조정·평가하는 조직에 비유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드러커는 내비게이션의 존재를 간과한 듯하다. 전조등이 고장 났더라도 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어떤 야간 운전이든 어떤 초행길이든 걱정을 덜 수 있다. 과학기술 정책엔진을 개선하고 신호계통을 확인하며 바퀴를 한 방향으로 정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믿을 수 있는 내비게이션을 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미래의 지도를 제시하고 지름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이 바로 과학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yhh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