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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포인트]대만야구가 만만하니?

입력 | 2013-01-23 03:00:00


“한국 프로야구에는 몇 개 팀이 있나요.”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일본 출장 중에 만난 일본인 대다수는 여전히 한국 야구에 대해 잘 모른다. 일본 스포츠지 야구 담당 기자들로부터 한국 프로야구 팀 수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한국 야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국제대회에서 연거푸 일본을 이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완승을 거뒀고,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승패를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많은 일본 사람들은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거나 뛴 적이 있는 한국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 그 배경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우월 의식이 깔려 있다.

한국이 대만 야구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대만 프로야구 리그에 몇 개 팀이 있는지, 대만의 스타 선수는 누구인지 아는 한국 야구팬은 많지 않다. 대만 정도는 언제 붙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대만인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국 팬들이 한일전에 열광하듯이 대만 팬들은 야구에 관한 한 한국을 숙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이기기 위해 최선의 라인업을 짜고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한국의 방심은 종종 참사를 불러왔다. 2003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에 역전패하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출전권을 날려버렸다.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대만에 완패를 당해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은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챔피언 라미고에 졌다.

3월 열리는 제3회 WBC에서 한국은 또다시 대만과 맞붙는다. 호주 네덜란드와 함께 1라운드에서 같은 조에 포함됐고, 이 중 2개 팀이 올라가는 2라운드에서도 다시 만날 공산이 크다. 대만 대표팀에는 전 메이저리거 왕젠민(전 워싱턴)과 궈훙즈(전 LA 다저스)를 비롯해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뛰고 있는 양야오쉰 등 해외파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아무리 전력이 좋은 팀도 꼴찌 팀에 질 수 있는 게 야구다. 특히 WBC와 같은 단기전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의 성패는 대만전에서 갈릴 수도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