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택가
①‘추격자’ 속 두 배우가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벌였던 북아현동 골목길. ②‘체포왕’에서 두 형사가 범인을 쫓는 장면을 찍은 북아현동 빨간 벽돌집 옥상. 비단길·씨네2000 제공
사실 이 골목길은 망원동 주택가 골목이 아니다. 실제 촬영 장소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이곳에 핏줄처럼 퍼진 골목에서 진행됐다.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은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영화 속 주요 공간이 모든 주택들이 모여 있는 ‘세상의 축소판’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기를 원했다”라고 했다.
실제로 북아현동은 마을 초입부터 뒷산 자락까지 다양한 형태의 집이 모여 있다. 이 일대는 1970년대까지 유력 인사들이 모여 살던 부촌이었다. 그러나 강남과 강북의 성북동, 평창동으로 유력 인사들이 이주하면서 부촌의 명성은 사라졌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체포왕’의 임찬익 감독은 이곳에서 마포발바리(성폭행범)를 잡기 위해 형사들이 경쟁하며 추격하는 장면을 담았다. 임 감독은 “수많은 골목이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 매력적이었다”라며 “이곳이 재개발로 사라지기 전에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추격 장면을 5줄로 간단하게 담았지만 ‘미로’의 매력에 빠진 임 감독은 영화의 8분을 추격 장면에 썼다.
2005년 북아현동이 뉴타운으로 지정되고 2011년부터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시작됐다. 아현시장이 있던 곳 등 이미 철거가 진행된 지역은 철판으로 얼기설기 둘러싸인 채 거대한 황무지로 변했다. 이미 상당수 미로는 사라졌고 사라질 예정이다. 옥상 추격 장면을 촬영하기 좋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었던 빨간 벽돌집들도 곧 허물어져 아파트로 다시 태어난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