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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도권]서울시, 쓰레기대란 막으려 봉투값 올린다

입력 | 2013-01-23 03:00:00

음식폐수 해양투기 금지로 처리비용 대폭 인상 가능성
연내 20~30% 가격 올릴 듯… 조례개정 ‘가이드라인’작업




서울시가 음식물 및 일반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값을 연내에 20∼30% 올린다.

최근 자치구와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 간 처리 비용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음식물 쓰레기 대란’으로 번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시민 부담을 늘리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시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자치구가 종량제 봉투 값을 올릴 수 있도록 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늦어도 다음 달까지 만들 계획이다.

시는 현재는 양측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지연되는 수준이지만, 처리비용이 대폭 오를 경우 8, 9월경엔 자치구 예산이 바닥나 음식물쓰레기를 치울 수 없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음식물 및 일반 쓰레기봉투 값을 올리려면 각 자치구가 ‘폐기물 관리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자치구에서는 주민 반발을 우려해 서울시가 일괄적으로 인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가 봉투 값 인상 논의를 서두르는 것은 올해부터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식 폐수의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인상 폭을 놓고 자치구와 민간업체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

민간업체는 t당 12만7000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치구에서는 지난해 처리 비용인 7만∼9만 원에 비해 과도한 인상이라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시와 자치구, 업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표준단가산정위원회’가 23일부터 협상을 시작할 계획이지만 대폭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만약 민간업체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단가가 인상되면 현재 자치구 재정 상황에서는 가을이면 관련 예산이 바닥나게 된다. 지난해 37억6000만 원을 쓴 노원구는 가격이 현재 7만4000원에서 12만7000원으로 오르면 65억4000만 원이 필요하지만, 현재 예산으로는 7월까지가 한계다. 관악구 관계자는 “지난해 31억 원을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썼는데 비용이 대폭 오르면 8∼9월에 예산이 바닥난다”라며 “민간업체에 처리 비용을 주지 못해 업체가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으면 진짜 ‘쓰레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는 음식물 쓰레기봉투 값을 일반 쓰레기봉투 값 인상에 준해 처리할 예정이다.

시와 자치구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반 쓰레기봉투 값 인상을 위해 처리 원가 산정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시 평균 20L 종량제 봉투 값이 363원으로, 830원인 부산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라 인상 요인은 충분하다고 시는 판단하고 있다.

시는 일단 연내에 20∼30% 올리는 등 연차적으로 가격을 올려 주민부담률(쓰레기 처리 비용 대비 종량제 봉투 가격)을 현재의 30∼50%에서 80%까지 올리는 가이드라인을 이달 내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에 준해 음식물 쓰레기봉투 값 인상 가이드라인도 바로 내놓을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각 자치구에서 조례 개정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는 민간업체가 수거하지 않아 관악구(600t)와 노원구(200t)에 쌓인 쓰레기는 이번 주 내로 수거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와 함께 쓰레기 비용이 합의되기 전이라도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2018년까지 음식물쓰레기의 95%를 민간업자에게 위탁하지 않고 공공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시의 공공처리 계획이 실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처리능력을 올리겠다는 계획은 종량제 시행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가 지금보다 40% 줄어든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강서처리시설에 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예산 마련 방안이 구체적으로 없고, 중랑·은평처리시설은 과거부터 나왔던 계획이지만 주민 반대가 극심해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

김재영·손효주 기자 red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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