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호 논설위원
ICT와 기초기술은 서로 文法이 다르다
①정보통신기술(ICT)은 스마트혁명과 결합돼 쇼핑 학습 의료 에너지 등 전 산업에 빅뱅을 일으킬 ‘미래 비즈니스’의 핵폭탄이다. ICT 변화의 흐름을 내다보고 대비하면서 국무회의와 국회에서 전문성과 책임을 가지고 의견을 펼 수 있는 전담 장관이 필요하다. 미래부의 한 차관이 이 분야를 관장토록 한 것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②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없애고 관련 기능을 미래부로 옮기는 듯하다. 원자력 산업 진흥과 안전 규제를 모두 미래부가 맡을지, 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하고 규제는 미래부가 할지는 불투명하다. 어떻게 되든 문제다. 안전을 감독하는 독립 위원회 설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이다. 지금도 말끔치 않은 원전 안전 의구심이 미래부 장관 산하 위원회로 가면 더 커진다. 미래부가 진흥과 규제를 총괄한다면 선수가 심판까지 하는 격이어서 불안은 극대화된다. 그뿐 아니다. 원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래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장관의 관심사는 온통 그곳에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를 제대로 구상하고 국가비전을 가다듬을 수 없다. 미래부 장관은 당장의 핫이슈에서 떨어져 좀 자유로워야 한다.
③방송통신위원회를 존속시켜 방송사 인허가와 사회문화적 규제를 맡긴 것은 잘한 일이다. 방송통신은 정치색이 짙다. 방통 규제까지 미래부가 맡는다면 미래부 장관은 정치공세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으며, 미래부 본래 기능이 고사할 위험이 크다.
미래부의 미래부터 올바로 준비하라
④기초기술 연구의 상당 부분은 대학이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것까지 미래부로 옮기자는 주장이 있다. 무리다. 대학의 산학협력은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본래의 목적과 조화되는 경우에 그쳐야 한다. ‘학문 후세대 양성’은 대학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만일 산학협력과 충돌할 경우 대학은 망설임 없이 교육을 택한다. 미래부는 산학협력만 가져가면 된다. 대학 연구기능의 미래부 이관 주장은 대학원생을 ‘신기술 개발 보조자’쯤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