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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99% “학생인권조례 보완-폐지해야”

입력 | 2013-01-23 03:00:00

서울지역 도입 1년… 74% “문제학생 늘고 생활지도 어려워져”
■ 본보-교총 705명 설문




“집이 먼데 어떻게 바꿔 입고 와요. 그냥 집에 가도 돼요?”

지난해 서울 중랑구 A고에서는 아침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교사들은 교복을 갖춰 입지 않고 등교하는 학생을 붙잡았다. 하지만 벌점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단속은 유명무실했다.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써도 빼앗긴 힘들었다.

생활지도가 부쩍 어려워진 상황에서 학생인권조례까지 시행되면서 학생들이 교사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 학교 교장은 “인권조례도 교복은 입도록 했지만 학생들은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지난 한 해 동안 학생들이 ‘통제가 더 약해졌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26일로 공포 1년을 앞둔 가운데 서울 지역의 거의 모든 교사가 인권조례를 보완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조례가 서울 지역 학교 곳곳에서 A고와 같은 상황을 부추긴다고 교사들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21, 22일 서울 지역 초중고교 교사 7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7.2%가 인권조례가 학교 현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변했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교사가 절반이 넘는 55.7%에 이르렀고 ‘부정적’이라는 대답도 31.5%에 이르렀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9.8%였고 ‘긍정적’이라거나 ‘매우 긍정적’이라는 반응은 각각 1.6%, 0.3%에 그쳤다.

이처럼 교사들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어렵게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조례 이후 가장 큰 변화’를 묻는 질문에 73.8%는 ‘생활지도가 어려워지고 문제학생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인권친화적 교육환경 조성’(1.1%)과 ‘학생 권리와 의무감 확산’(3.5%) 같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는 답변은 드물었다.

생활지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에 대한 물음에는 ‘수업 방해’(38.7%)와 ‘체벌 금지로 인한 제재수단 부재’(32.9%)를 꼽은 교사가 가장 많았다. 또 87.0%에 이르는 교사들이 인권조례를 이유로 학생들이 정당한 생활지도를 따르지 않는 상황을 직접 겪었거나 동료 교사를 통해 전해 들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58.9%가 “인권조례를 보완·수정해야 한다”고 밝혔고 40.0%는 “인권조례를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설문 결과와 관련해 김동석 한국교총 대변인은 “상당수 교사들이 인권조례가 학생들의 권리와 의무감을 함께 키우는 순기능보다 생활지도 등에서의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느끼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이대영 전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일선 학교에 인권조례가 아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학칙을 고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해 인권조례를 손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역시 최근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사들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진 구체적인 사례를 모으고 있다. 조례의 어느 항목이 문제가 되는지를 파악한 뒤 서울시의회에 수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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