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치러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55)이 당선됐다. 판검사 출신이 아니라 사법연수원 졸업과 동시에 개업한, 그것도 지방변호사회 출신 변호사가 회장이 된 것은 변협 창립 이래 처음이다. 위 신임 회장은 중동고 야간부를 거쳐 서울교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법대 야간부를 나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위 회장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직선제 덕분이다. 지금까지 변협 회장 선거는 간선제로 실시돼 대의원 수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변호사회가 추천한 후보가 당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번 선거 결과는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졸업 직후 개업하는 변호사가 2000년대 후반 이후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판검사 출신 변호사들을 누르고 변호사 업계의 주류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마이너’ 변협 회장의 등장은 변협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위 회장은 “그동안 서울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주로 회장을 맡아 변호사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보통 변호사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변협은 인권과 법치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했으나 민주화 이후에는 시대에 맞는 의제를 설정하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있다. 위 회장의 등장으로 계층적, 인종적,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법률서비스 차별도 완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나 변협은 국민 세금으로 늘리거나 기업에 부담을 주는 일자리에만 눈독을 들여서는 안 된다. 법조일원화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판검사는 변호사 경력자 중에서 임명된다. 변협이 변호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이익단체로만 기능한다면 역풍(逆風)이 커질 수 있다. 변호사들은 사무실의 문턱을 낮추고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속에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