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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수위에선]‘철통 보안’그렇게 외치더니… 시민에 구멍 뚫린 인수위

입력 | 2013-01-23 03:00:00


 

22일 오전 9시 34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 30대 초반의 남성이 불쑥 단상에 섰다. 말쑥한 정장 차림에 옷깃에는 사회지도층이 즐겨 다는 ‘사랑의 열매’ 배지가 달려 있었다. 브리핑 예고가 없었고 낯선 인사가 마이크도 없이 말을 꺼내자 기자들의 의아해하는 시선이 쏠렸다.

그는 자신을 ‘경기 안양시에 사는 31세 이OO’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 자리에서 말씀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높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모든 악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우산이 되겠다”라는 두서없는 말을 쏟아냈다. 어리둥절해하던 취재진은 곧 무단 침입한 괴한임을 알아채고는 뒤따라갔다. 그는 자신이 청년특위 위원장이라며 여전히 횡설수설했다.

인수위 측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이 남성을 끌어내 경찰에 인계했다. 인수위는 주요 정부기관에 준해 정문 앞에 경찰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취재진은 발급받은 출입증을, 방문객은 신분증을 제출해야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냥 통과시켜 줬다”라며 유유히 들어온 이 남성으로 인해 인수위의 철통 보안이 무색해졌다.

사실 인수위의 보안을 뚫는 방법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인수위가 사용 중인 한국금융연수원이 은행권의 직원 교육이 계속 진행되는 곳이라서 교육생이라고 말한다거나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연수원의 통근 버스를 타면 무사통과였다. 민간 건물을 임차해 공용으로 쓰는 만큼 일반인들이 드나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은 이런 해프닝들에 대해 “별도의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경위를 파악하겠다”라고 말했다. 곧바로 인수위의 경계도 삼엄해졌다. 경비인력이 평소의 2배로 배치됐고 차량까지 일일이 검문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애꿎게 출입증 신청을 하고도 아직 발급받지 못한 일부 기자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새로운 실랑이가 벌어졌다.

인수위의 철통 보안 원칙은 정체불명의 출입자들에게는 ‘보안 불감증’, 국민의 눈과 귀인 언론에는 ‘보안 강박증’으로 다르게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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