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 사진제공|WA엔터테인먼트
‘조용필’이란 이름은 후배들에게 때론 ‘까다로움’을 의미한다. 후배들이 그의 노래를 리메이크 하고 싶어도 허락받기란 꽤 어렵다. 바비킴(‘추억속의 재회’) 이승기(‘여행을 떠나요’) 정도가 조용필의 자작곡을 리메이크한 ‘보기 드문’ 사례로 꼽힌다.
남성 3인조 팬텀(키겐·산체스·한해)의 두 번째 미니앨범 ‘팬텀 시어리’의 타이틀곡 제목은 ‘조용필처럼’이다.
‘가왕’이라 불리며 한국 가요계를 대표하는 조용필이 노랫말의 소재나 제목으로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팬텀은 “조용필 선배님의 흔쾌한 허락이 있었다”고 했다.
‘조용필’이란 제목은 팬텀의 소속사 대표인, 작곡가 김도훈이 먼저 제안했다. 팬텀 멤버 개개인의 꿈과 희망에 관한 노래를 기획하다 “가수들의 우상은 조용필 아니냐”는 김도훈의 말에 멤버들도 선뜻 마음이 움직였다.
키겐과 한해는 ‘세계 어느 록그룹에도 꿇리지 않는 공연’이란 부제가 붙은 조용필의 2010년 ‘꿈’ 콘서트 영상을 유튜브로 보면서 가슴 벅찬 감동을 간직하던 차였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노래방 애창곡이었던 산체스 역시 “조용필 이름을 듣는 순간, 퍼즐이 맞춰진 듯한 느낌” 속에 곡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즘 10대들은 ‘조용필’이란 이름은 알겠지만, 그 이름에 담긴 의미를 잘 모른다. 꿈과 희망의 상징, ‘조용필’이란 그 이름 세 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를 알리고 싶다.”
‘조용필처럼’은 작곡가 김도훈과 팬텀 멤버들이 함께 만든 곡으로, 멤버들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이뤄내지 못한 꿈과 사랑에 대한 간절함이 가사로 표현되어 있다.
뮤직비디오는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멤버 개개인의 데뷔 스토리, 큰 무대에 서고 싶은 가난한 아티스트 지망생의 모습을 실감나게 담고 있다. 노래의 진정성을 위해 멤버들은 뮤직비디오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실제 멤버들의 주변 사람들을 등장시켰고, 자신들의 원룸 숙소를 그대로 공개했다.
멤버 모두 자작곡 능력을 가진 팬텀은 작년 8월 ‘버닝’으로 데뷔하면서 가창력과 음악성에 호평 받았다. 멤버들도 “축배를 들 정도의 대성공은 아니지만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팬텀은 이번 두 번째 앨범도 전 곡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멤버들의 내면 깊숙한 이야기를 끄집어내 음악으로 표현했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이 방송 활동을 하지 않지만, 음반이나 공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멤버들의 얼굴도 모르는데도 좋아하는 걸 보면서 ‘음악의 힘’을 봤다”는 팬텀은 “언제 음반을 내든, ‘팬텀’이 늘 반가운 이름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그 이름 자체로 훌륭한 브랜드가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앞으로 크게 대박을 치지 못하더라도, 우리 색깔을 간직하면서 좋은 음악을 꾸준히 들려주면 좋겠다. 우리 가요계에는 과거 10년간 유명했지만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 있다. 그러나 조용필은 누구나 다 아는 이름이다. 우리도 그렇게 길게 소비되는 음악을 하고 싶다. 조용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