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맞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박정희식 경제모델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3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의 인터뷰에서 박정희식 경제모델이 지금의 한국경제 상황에서도 유효하냐는 질문에 "장기 전력을 세워서 필요한 투자와 정부 지원을 해서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박정희 모델이었다고 하면 그건 항상 유효한 전략"이라며 "그런 좋은 면은 살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만 "예전처럼 대통령이 재벌 총수에게 악써서 강제로 여기다 투자해라, 저기다 투자해라 그런 것이 박정희 모델이라고 하면 그건 이미 시대가 지나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박 당선인이 경제의 틀을 크게 바꿔주길 기대한다며 "정부조직 개편하는 것을 보면 맞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칭찬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이 돼 폐해도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공룡 부처가 돼서 굼뜨고 내부통제가 잘 안 될 우려도 있지만, 여기저기 조각내서 하던 일을 한곳에 모아놓고 조율하면 그것 때문에 생기는 효율성도 있다"면서 "하다가 좀 잘못된 것 같으면 일부를 고칠 수 있을 것이고, 운영을 잘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과 관련해서는 "지금 하겠다고 당장 약속한 것은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당연히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은 굉장히 미흡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나라는 복지를 제대로 안 하면 경제성장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복지 제도가 부족하니까 출산율이 떨어져서 잠재 성장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하다못해 미국 수준으로 복지지출을 늘리려면 GDP 대비 복지비를 2배를 늘려야 한다"며 "옛날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하듯이 복지개발 10개년, 20개년 계획을 해서 차근차근 올리면서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세계경제 상황이라는 것이 쉬운 적이 별로 없다"며 "우리나라는 80년대말 3저 호황을 경험했을 때 빼고는 항상 위기였다. 어디선가 문제가 자꾸 생기는 데 그런 것을 가지고 안 해야겠다고 하면 할 수 있는 정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