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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석동빈 기자의 DRIVEN]커진 느낌, 쫄깃한 서스펜션… 준대형의 풍성한 볼륨감‘K7’

입력 | 2013-01-24 03:00:00


2000만 원대 국산 중형차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 자동차 구매자들은 요즘 새 차를 고를 때 고민이 부쩍 늘었다. 3000만 원대로 초기 예산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준대형차에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후방주차 카메라 같은 각종 편의장치를 추가하다 보면 4000만 원을 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4000만 원대면 프리미엄 브랜드 소형차와 일반 수입 중형차도 가시권에 들어오는 예산이어서 복잡한 계산에 빠지게 된다. 편의장치가 충분하고 공간이 넓은 국산차를 살 것이냐, 아니면 기본 편의장치만 갖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소형차냐. 그것도 아니면 일본 중형차를 선택할 것이냐.

기아자동차는 4000만 원 안팎의 예산을 놓고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고민을 하는 소비자를 정확히 겨냥해 준대형차 ‘K7’을 업그레이드해서 내놨다. 기아차의 의도대로 수입차로 향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K7 3.3 GDI’ 풀 옵션 모델을 다양한 각도에서 시승해 봤다.

세련미에 역동감을 더한 디자인


부분 변경 모델인 2013년식 K7은 전체적으로 커졌다는 느낌이 든다. 차체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스포티해진 앞 범퍼와 발광다이오드(LED)가 내장된 전조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볼륨감을 줬다.

기존 모델이 워낙 군더더기가 없던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언뜻 보면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지만 앞뒤 범퍼의 모양과 측면 하단부의 사이드 가니시 등을 보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여기저기 멋을 낸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19인치의 대형 휠도 촘촘한 부챗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에 광택이 뛰어나게 마감처리돼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외관을 구성하는 이런 디자인 장치들이 따로 놀지 않고 조화롭게 잘 다듬어진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내로 들어가면 변화의 폭은 조금 더 크다. 우선 계기반의 가운데에 7인치 액정표시장치(LCD)가 자리 잡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슈퍼비전 클러스터라고 불리는 이 계기반은 노트북 컴퓨터의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기 때문에 속도계와 내비게이션과 차량 정보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표시된다. 오디오와 공조장치 등이 집중된 센터패시아 디자인을 간결하게 개선해 조작성을 높였고, 나파(NAPPA) 가죽시트 등 고급 소재를 곳곳에 적용해 실내 분위기를 한 단계 높였다.

강화된 동력 성능, 나긋해진 승차감


3.3L급 엔진은 294마력에 이르는 고출력을 낸다. 하지만 실제 운전에서는 별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을 적당히 밟을 때는 엔진의 출력이 조금만 나오도록 프로그램이 됐기 때문이다. 스포츠모드 스위치를 누르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본연의 힘을 드러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직접 측정한 결과 6.8초 정도가 나왔다. 출력이 충분한 점은 입증됐지만 연료 소비를 줄이려고 가급적 힘을 억눌러 놓은 탓에 가속페달을 밟는 대로 시원하게 나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점은 아쉬웠다.

K7에서 가장 개선된 부분은 승차감이다. 기존 모델은 스포츠 지향성이 강해 차의 흔들림이 스포츠카에 준할 정도로 억제돼 있었고 운전대를 돌리면 차가 빠르게 반응하는 핸들링은 뛰어난 편이었다. 하지만 노면이 좋지 않은 곳이나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는 승차감이 거칠었다.

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K7은 핸들링 반응이 살짝 무뎌졌지만 승차감은 크게 향상됐다. 스포티함을 조금 양보하고 많은 부분을 얻어낸 셈이다. 승차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대형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들어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진보가 있었다. 물렁거리지도, 튀지도 않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냈다고 볼 수 있다. 거친 길을 지나갈 때 서스펜션 쪽에서 올라오는 잡음이 거의 없었고 도로의 충격을 받아내는 반응도 쫄깃하게 느껴졌다. 독일 아우토반에서만 합법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초고속 주행의 안정감은 아직 확보하지 못했지만 시속 160km 이내에서는 프리미엄급 수입차 부럽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올랐다.

환상적인 편의장치

어라운드 뷰.

K7에는 2, 3년 전 1억5000만 원 이상의 고급 수입차에만 들어가 있던 첨단 편의·안전장치들이 대부분 적용됐다. 전후방 주차보조시스템과 후방 카메라는 기본이고 차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어라운드 뷰’ 기능이 추가돼 주차가 한결 쉬워졌다.

  

가장 인상적인 장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켜놓으면 앞서 달리는 차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으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가 조절된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 모델에 적용된 이 시스템은 간혹 앞차를 놓치거나 거칠게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가 작동돼 승차감이 떨어졌다. K7의 ASCC는 웬만해선 앞차를 놓치는 일이 없고 숙련된 운전자가 모는 것처럼 부드럽게 정지와 가속이 된다. 커브길을 들어가거나 여러 대의 차가 섞여 달리며 앞차가 사라지고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을 경우에도 상당히 높은 신뢰도를 보여준다.

특히 정지한 앞 차 뒤에 멈춰서고 나서 3, 4초 뒤면 브레이크가 풀려버리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운전자가 분명한 의사를 표시해야만 브레이크가 해제된다. 실제로 정체가 심한 서울 내부순환로에서 단 한 번도 페달에 발을 올리지 않고 ASCC로만 주행이 가능했다.

연비와 엔진음은 다소 아쉬움

서울 시내주행 50%, 도시고속화도로 25%, 고속도로 25% 비율로 총 500km를 교통흐름에 따라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L당 6.5km가 나왔다. 겨울철에 연비가 10% 정도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도 L당 7km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시승차만의 문제인지는 모르지만 공인 연비인 10km에는 못 미쳤다. 주행거리가 총 1000km에 불과한 새 차여서 엔진 길들이기가 끝나면 다소 좋아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가속할 때 들리는 엔진음도 약간 거칠었다. 적당한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3.3GDI 엔진에서 들리는 음질의 종류가 ‘사운드’라기보다는 ‘소음’ 쪽이어서 엔진음의 조율이 필요해 보였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