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놀라운 것은 거품이 확 빠진 가격대다. 폴크스바겐의 중형세단 ‘파사트’는 2010년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4000만 원대의 수입차였다. 지난해 출시된 신형의 가격대는 3000만 원대다. 비록 원산지를 미국으로 바꿨다고는 해도 독일 브랜드의 중형차를 이 가격대에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변화다.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등급이 바로 중형세단이다. 지금까지의 대표주자는 일본차와 미국차였다. 여기에 폴크스바겐이 뛰어들었다. 미국 테네시 주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뉴 파사트 2.5 가솔린’을 국내에 선보이면서다.
일본산 경쟁 모델이 17인치급 타이어를 장착한 것과 달리 파사트는 18인치급 알루미늄 휠을 장착해 보다 당당한 느낌을 연출한다. 차갑고 군더더기 없는 외관은 엔지니어링을 중시하는 독일차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반면 부쩍 넓어진 실내는 이 차가 생산되는 미국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고려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성능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고속 주행에서의 안정감이다.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190km. 이 속도를 뽑아내기까지 걸리는 체감 시간은 짧지 않지만 고속 영역에 도달하고 나면 차체의 거동에서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뉴 파사트 2.5 가솔린은 경쟁 모델보다 약 10%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지만 그에 따른 심리적인 만족감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차의 만듦새도 독일산에 비해 그리 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여전히 자가용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투영하는 경향이 있는 국내 수입차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독일 브랜드의 가치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