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했다. 유창한 영어와 34세라는 젊은 나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강 애플리케이션 제작사의 대표… 유복하게 자란 ‘재미 교포’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라도 여수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22세 때 꿈을 안고 아는 이 하나 없는 미국으로 떠났다. 쓰디 쓴 실패도 수없이 맛봤지만, 끊임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결국 미국땅에서 성공을 이뤘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부담을 느끼고 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 없이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눔 코리아 정세주 대표는 2006년, 평소 친분이 있던 구글 수석 엔지니어 알텀 페타코프와 헬스케어 전문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그들이 내놓은 ‘noom(이하 눔)’은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서비스로, 출시 첫 해인 2011년부터 2013년 1월 현재까지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건강 카테고리에서 최고 매출과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다운로드 수가 1,600만 건에 달하고,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감량한 무게만 1,000만 kg을 넘는다(실제 눔 공식홈페이지 첫 화면엔 사용자들이 감량한 몸무계 총량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덜 스트레스 받으면서, 더 건강하게!
이렇게 눔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이 앱은 ‘땀 흘리는 울퉁불퉁한 근육질 모델’의 사진들 대신, 매일 가볍게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목표들로 구성돼 있다.
‘하루에 몇 십 km를 걸으세요’, ‘양상추와 닭 가슴살을 드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출근을 걸어서 해보세요’, ‘오늘은 야채를 조금 더 드세요’ 라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그 뿐인가? 유용한 건강 상식도 매일 알려준다. 3대 영양소가 무엇인지, 물이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등 읽기만 해도 건강한 다이어트 상식이 늘어난다. 스마트폰의 모션 센서를 활용한 만보기 기능도 탑재해 사용자가 하루에 몇 보를 걸었는지도 알려준다.
맞춤형 코칭도 인상적이다. 앱 실행 시 설문지를 작성하는데, 이를 토대로 다이어트를 이끌어준다. 예를 들어, 설문에서 ‘저는 힘들게 운동하는 것이 싫어요’ 항목을 선택했다면, 무리한 근력 운동, 뛰기 등을 권하지 않고, 간단한 생활 운동 등을 알려주는 식이다.
눔은 요요를 불러오는 단기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평생 ‘친구’같은 라이프 파트너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눔에서 한국 음식 검색? 당연하죠!
눔 사용자 1,600만명 중 300만 명이 한국인이다. 정세주 대표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해 눔의 한국 지사를 차리고, 눔을 한글화한 버전도 서비스하고 있다. 무엇보다 편리해진 점은 식단 데이터베이스에 한국 음식이 추가됐다는 것. 그 전엔 기록할 수 없었던 김치찌개, 김, 짜장면 등이 눔 데이터베이스에 추가돼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정세주 대표는 앞으로 한국 문화에 맞춘 읽을 거리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렇게 수치화된 데이터를 보면, 경영자의 감이 틀릴 때가 있단 걸 새삼 깨닫습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엔지니어들은 정확한 수치를 직접 눈으로 봐야만 납득하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다. 정세주 대표는 그렇게 ‘빡빡한’ 엔지니어 덕분에 눔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눔 개발 시 안드로이드의 이점을 활용해, 무려 하나의 앱을 33개 테스트 버전으로 배포했다. 자기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엔지니어 직원들이 없었다면 귀찮아서 못했을 일이다. 33개 버전 중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앱을 활용하고, 수익성이 높았던 버전을 눔 최종 버전으로 확정했다. 하나의 버전을 수정하고 평가하고 또 수정하는 대신, 다양한 버전을 한번에 테스트하면 짧은 기간 내에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이것이 눔이 성공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다.
눔으로 33kg을 뺀 후, 이곳에 입사한 김소연 씨
눔 코리아의 마케팅 인턴 김소연씨는 눔으로 다이어트 효과를 본 장본인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눔의 도움을 받아 33kg을 감량했다(92kg -> 59kg). 그 후 눔에 입사하고 싶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 올해 그녀는 결국 직원이 됐다.
“건강한 생활을 꿈꾸는 회사의 목표, 비전 등이 제게 무척 와닿았어요. 그래서 인사 담당자께 9번이나 장문의 영어 메일을 보냈죠. 언제고 회사가 필요할 때 가서 일하고 싶다고”
결국 소연씨의 진심에 감동한 정세주 대표는 미국에서 ‘스카이프 화상통화’로 면접을 봤고, 그녀를 채용했다. 그녀의 33kg 감량기는 네이트 판(http://pann.nate.com/talk/317399093)에도 올랐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분명 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믿습니다”
“높은 성과를 달성하곤 있지만, 아직 우리 앱이 제게는 완벽하게 느껴지질 않아요. 계속해서 보완해야할 점들이 보이니, 직원들과 힘을 모아 끊임없이 궁리하고 수정하죠. 언젠가 제 어머니가 ‘카카오톡’처럼 눔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시는 날이 온다면 무척 기쁠 것 같아요”
정세주 대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눔이 다른 사람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데에 기여한다는 믿음. 그것이 있어야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는 인터뷰 마지막에 그가 남긴 말 속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카지노와 같은 도박 게임 앱을 만들었다면, 돈은 많이 벌었겠지만 사회엔 도움이 되지 않았겠죠. 미래에 제 아들이 쓴다고 하면 못 쓰게 혼낼 거고요. 저는 아들에게 떳떳하게 소개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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