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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팀이 결승행…영국판 ‘칼레의 기적’

입력 | 2013-01-24 07:00:00


브래드퍼드, 잉글랜드 리그컵 파란

창단110년 됐지만 주로 하위리그 전전
EPL 애스턴 빌라에 1-2차전 합계 승리
파킨슨 감독 “새역사 창조 다짐 통했다”

잉글랜드에도 ‘칼레의 기적’이 일어났다.

칼레의 기적은 1999∼2000시즌 프랑스 축구 FA컵에서 4부 리그 소속 칼레가 강호들을 잇달아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한 감동적인 스토리다. 이후 각국 축구 대회에서 약 팀이 강호를 꺾을 때마다 항상 칼레의 기적이 거론돼 왔다.

잉글랜드 4부 리그(리그2) 소속 브래드퍼드시티AFC가 2012∼2013시즌 캐피털원컵(리그 컵)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브래드퍼드는 23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파크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 2차전에서 프리미어리그의 애스턴 빌라에 1-2로 졌지만 9일 열린 홈 1차전에서 3-1로 이겨 1,2차전 합계 4-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1903년 창단한 브래드퍼드가 리그컵 결승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부 리그팀이 결승무대를 밟은 건 1961∼1962시즌 로크데일AFC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로크데일은 준우승에 그쳤다.

○기적의 연속

브래드퍼드는 창단 110주년을 맞은 유서 깊은 클럽이지만 뚜렷한 족적이나 강한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다. 1911년 잉글랜드 FA컵 정상에 오른 게 팀의 유일한 메이저 트로피. 1921∼1922시즌 2부 리그(현 챔피언십)에 강등된 이후 77년 만인 1999∼2000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하며 시선을 끌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불과 한 시즌 만에 다시 강등됐고, 이후 추락을 거듭하다 결국 4부 리그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영광에 대한 열망조차 사라진 건 아니었다. 컵 대회는 프리미어리그에는 딱히 매력을 주지 못하지만 브래드퍼드는 과거의 역사, 밝은 내일을 예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다른 입장이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순간순간이 위기였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집념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16강부터 4강까지 프리미어리그 팀들과 격돌해야 했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브래드퍼드는 잃을 게 없었다. 오히려 ‘패배=망신’이란 등식이 성립되는 상대 클럽들의 부담이 컸다.

결국 위건 애슬레틱이 가장 먼저 승부차기로 나가 떨어졌고, 이어 프리미어리그의 강호 아스널도 똑같은 시나리오로 무릎을 꿇었다. 애스턴 빌라와 4강 2차전에서는 전반 24분 첫 골을 실점해 위기에 몰렸지만 후반 10분 제임스 핸슨의 헤딩 동점골이 터져 기적의 시발점을 마련했다.

브래드퍼드의 선전을 진두지휘한 필 파킨슨 감독은 “한 번의 역습 찬스를 노렸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반드시 허점은 있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주지시켰다. 큰 역사를 만들자는 모두의 다짐이 엮어낸 역사”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6강과 8강 무대에서 눈부신 승부차기 선방 쇼를 펼친 골키퍼 매트 듀크도 “우린 환상의 퍼포먼스를 했다. 이제 결승을 충분히 즐기는 일이 남았다”고 환호했다. 결승전은 다음 달 말 영국 축구의 심장부인 런던 웸블리구장에서 펼쳐진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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