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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성공에 목말라 하던 그… 치열한 준비로 인생 2막 꽃피운 금호

입력 | 2013-01-24 03:00:00


《 “내 인생은 마흔여섯에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소. 그 이전 세월은 준비기였지. 해방이 되고 처음 택시사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스무 살 젊은이라 생각하고 뛰어다녔어. 그러니까 나는 이제 겨우 40대요.” ―1960년 지인과의 대화 중 》
금호(錦湖)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자(1901∼1984년)는 매우 독특한 인생 궤적을 가졌다. 국내 대기업 창업자 중에는 이미 젊은 시절에 장사를 시작하거나 창업을 해서 큰돈을 번 사람이 많다. 초기에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도 있지만 그것도 한두 번뿐이었다. 한두 번의 실패 뒤에는 곧바로 큰 성공을 이룬 창업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젊은 시절에 크게 성공한 것을 기반으로 대기업을 일구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금호는 달랐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농사는 짓기 싫었던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장사를 해보겠다고 이것저것 손을 많이 댔다. 하지만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

사채업을 시도했지만 돈을 떼어먹은 사람의 사정을 들어보고는 너무 불쌍해서 결국 사업을 접었다. 어느 날 금호의 형은 시장에서 팔아보겠다며 귤 한 상자를 가져온 적이 있었다. 금호는 맛을 보겠다며 귤 하나를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결국 한 상자를 바닥내버리기도 했다. 쌀, 백목, 가마니 장사도 해봤지만 손을 대는 것마다 손해를 봤다. 동네 사람들은 “이번엔 또 무슨 장사를 하는가”라며 그를 비웃었다. 1923년에는 일본행 배에 올랐다. 성공하기 전에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고 집에 그런 내용의 편지까지 써놓고 나온 터였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자리는커녕 하룻밤 숙소도 구하기 어려웠다. 그는 일본에서 열흘도 못 버티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목포행 배편에서는 자살까지 생각했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더이상 사업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을 접은 금호는 혼자 공부를 해서 경찰이 됐다. 보통학교 2년 중퇴의 학력이었지만 머리가 비상했던 그는 모든 것을 다 외워서 어렵지 않게 순사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이후 문관시험에까지 합격했다. 사법고시에 해당하는 시험이었다. 하지만 가슴이 허전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사업의 꿈은 마음속 어딘가에 여전히 꿈틀대고 있었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금호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광주에서 택시 2대로 운수업을 시작했다. 그렇게도 원했던 사업을 다시 시작했을 당시 금호의 나이는 45세였다.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들의 평균수명을 조사한 해인 1970년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이 58.67세였다. 일제강점기 직후라는 사회적 경제적 여건을 감안하면 1940년대의 평균수명은 이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금호는 인생 황혼기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셈이다. 황혼기에 시작한 사업을 그는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많이, 더 빨리 뛰며 회사를 키워갔다. 이후 사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젊은 시절과 달리 금호는 대체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전쟁 통에도 움직일 수 있는 차는 어떻게든 구해서 수리를 한 뒤 승객을 태웠다. 이렇게 해서 경쟁사는 차가 없어 영업을 못할 때도 광주여객은 꾸준히 영업을 이어갔고 사세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금호의 노력 덕분에 45세 때의 택시 2대가 이후 버스회사인 ‘광주여객’으로 발전했고 금호타이어를 만들었으며 나중에는 아시아나항공이라는 글로벌 항공사의 기틀이 됐다.

경영학의 대가인 고 피터 드러커 교수는 1999년 ‘자신을 경영하는 법(Managing Oneself)’이라는 제목의 글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했다. 경영전략이 아닌 개인들의 인생전략에 관한 이 글에서 드러커 교수는 “우리는 정신적으로 깨어서 50년 동안의 인생 근로 기간에 언제, 어떻게 우리가 하는 일을 바꾸어야 할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인생 2막을 위한 단 하나의 필수조건은 실제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훨씬 전부터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호는 광복 이후 격변기를 틈타 사업을 일으켰고 공무원에서 기업가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일찍부터 이를 준비해 왔다. 마치 금호가 50여 년 뒤에 나올 드러커 교수의 글을 미리 읽은 것 같다. 많은 직장인이 인생 2막을 꿈꾼다. 하지만 두려워서 선뜻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놓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금호의 인생 궤적을 보면 너무 늦었다는 건 핑계가 될 수 없다. 2013년 새해, 인생전략을 한번쯤 점검해볼 시점이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1호(2013년 1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개도국 시장서 혁신원천 찾아라

McKinsey Quarterly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신흥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신흥 기업들은 몸집이 작아서 혁신에 유리하다. 반면 시장을 지배해온 다국적 제조업체들은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다국적 제조업체는 개도국 시장을 혁신의 원천으로 활용한다. 가전제조업체인 A사는 선풍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점차 떨어졌다. A사는 신흥시장 중산층 가정의 소비욕구를 다시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었다. 예를 들어 개도국 도시 거주자들은 천장에 매다는 유형의 선풍기 날개에 먼지가 쌓이는 것을 매우 싫어했다. 이들은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청소하기 쉬운 제품을 원했다. 또 한 대의 선풍기를 여러 용도(주방의 음식냄새 제거 등)로 사용하기를 원했다. 잦은 정전에 대비해 충전 가능한 선풍기도 원했다. A사는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했고 선진국용 제품도 개발했다. 개도국 시장을 혁신의 원천으로 삼기 위한 실전 솔루션을 제시했다.


개념도는 10초 안에 이해돼야

▼ 제안 성공 노하우


해외 입찰에 사용할 제안서를 작성할 때 꼭 기억할 것은 무엇인가. 제안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인 쉬플리는 네 가지 사항을 조언했다. 먼저 고객의 숨겨진 요구사항을 직접 파악하라고 했다. 사업제안요청서(RFP)에는 모든 요구사항이 담겨 있지 않다. 최소한 전화라도 걸어서 고객의 속내를 들어야 한다. 고객이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차별 요소’도 발굴해야 한다. 고객이 경쟁업체와의 차별 요소로 제시한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모든 것은 허사다. 또 제안요약서(ES)를 제출하지 말라는 요구가 없는 한 모든 입찰에서는 꼭 ES를 작성해야 한다. ES가 공식 평가항목에 들어갈 때는 드물지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개념도는 가급적 쉽게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10초 이내에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부적격이다. 국제입찰에서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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