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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근혜 ‘신뢰 프로세스’ 시험하는 北 핵실험 위협

입력 | 2013-01-24 03:00:00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어제 북한에 대한 제재의 그물망을 더 촘촘히 하고 규제 대상을 확대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결의(2087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핵 또는 미사일과 관련된 모든 물품이 수출입 통제 대상이 됐다. 제재 회피를 위해 대량의 현금을 이용하는 것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응징이다. 한국이 비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에 진출한 뒤 나온 첫 번째 외교적 성과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이번 결의에서 중국의 찬성을 끌어낸 것도 의미가 크다. 2009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중국의 반대로 안보리 제재보다 한 단계 낮은 의장성명 채택에 그쳤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당시에도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둔했다. 이번 결의에 “추가 발사나 핵실험이 있다면 ‘중대한 조치’를 취한다”는 자동개입조항(트리거)을 담는 데 중국이 찬성한 것은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시진핑 총서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 5세대 지도부로서도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마냥 감쌀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안보리가 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2시간 뒤 “한반도 비핵화는 더이상 불가능하다”며 3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유엔 결의를 무시한 채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린 북한이 오히려 미국에 대고 “미국의 적대정책 탓에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이 사멸됐다”고 한 것은 기막힌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벼랑 끝 전술’의 유통기한은 이미 한참 지났다. 막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같은 말(馬)’을 두 번 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꺼내든 3차 핵실험 카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심화시킬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공약으로 제시했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구상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 차기 정부가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에 대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5·24 대북 제재 조치를 거둬들이고 인도적 지원에 나설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어제 “북한이 3차 핵실험 등 추가적으로 상황을 악화시켜 나가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안보리 대북 제재가 실효성을 지니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한반도의 상황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해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억제하는 데 외교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와 박 당선인, 여야 정치권이 일관된 대북(對北)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