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관공서이지만 그 말뜻만은 쉽지 않다. 우(郵)는 역참(驛站), 즉 역말을 갈아타는 곳이라는 뜻이며, 체(遞)는 ‘교대로 번 들다’ ‘전하다’라는 의미다. ‘우체’라는 말이 예전 역말을 통한 릴레이식 통신 시스템에서 비롯된 말임을 알 수 있다. 대통령직인수위는 그제 정부조직 개편 2차 발표에서 “우정과 통신 서비스의 연계성을 감안해 우정사업본부를 (정보통신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으로 이관한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초기 우정사업본부가 지식경제부로 넘어오자 이 부처 공무원들은 “이렇게 좋은 것이 있는 줄 몰랐다”며 싱글벙글했다. 3700여 개 우체국, 4만5000명의 직원들이 방방곡곡 촘촘히 깔려 중앙 관료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의 업무 중 통신, 즉 우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집집마다 인터넷망이 깔리고 휴대전화가 5200만 대나 보급됐으며 그중 스마트폰은 3000만 대다. 편지는 e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거의 대체됐다. 편지나 전보의 실용적 역할이 거의 끝난 것이다. 대부분 국가에서 우정사업의 대종은 우체국택배다. 페덱스, DHL 등 민간 택배사와 경쟁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08년을 전후해 덴마크 벨기에 스웨덴 정부는 우정사업을 통째로 영국의 한 사모펀드에 매각했고, 이후 민영화된 세 나라 우체국이 하나의 기업으로 합병됐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