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유독 니트족이 많은 이유로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포기하는 현실을 탓한다. 대학을 나와도 가고 싶은 대기업, 정규직은 금세 없어지고 남은 건 지방이나 공단 혹은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으니 차라리 쉬면서 다음 기회를 노린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것만이 청년들에게 환영받을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일자리 창출 쪽으로 큰 틀이 잡혀있다. 새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새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한다. 또 청년 창업을 적극 지원하고 해외 취업을 장려해 젊은이의 ‘끼’를 살리는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아울러 여성들의 취업을 적극 확대하여 현재 64% 정도인 고용률을 5년 후에는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MB정부에서도 큰 정책과제였다. MB정부는 경제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자 했다. 비록 성장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일자리 창출 성과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다. 세간의 통념과 달리 대기업에서 채용을 많이 했다. 마이스터고교는 국제적으로도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수십만 명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는 현재까지 효과가 미미하고 분야별 100대 우량 중소기업을 선정해 청년 취업을 유도한다는 정책은 시행한 흔적이 없다.
새 정부에서 청년 구직난을 해결할 ‘괜찮은’ 일자리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성장률이 매년 5% 이상 지속되어야 할 뿐 아니라 튼튼한 기업들이 새로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설사 그렇게 해서 구직난은 푼다 해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일어난 구인난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국 새 정부에서는 일자리 만들기와 함께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원인은 분명하다. 산업계 수요는 현장에서 일할 기술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청년들은 그쪽으로 배운 바가 없고 화이트칼라로 일하고 싶어 한다. 수요는 제조업과 중소기업에 많은데 공급은 대기업으로만 몰린다. 수요처는 근무 환경이 거친 편인데 공급자는 안락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원한다.
상대적으로 단순한 미스매치의 원인에 비해 해법은 여러 방면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므로 복잡하다. 우선 모든 교육 과정은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적으로 개편돼야 한다. OECD는 일과 수업이 병행되는 이중적 교육 시스템을 권장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 시스템을 갖춘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청년실업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마이스터고교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도 일정 기간 현장 경험과 학교 강의를 교대로 하는 새로운 학사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를 중개해 주는 고용서비스가 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공공서비스 기관들도 서로 협력할 부분과 경쟁할 부분을 정해서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고용서비스 산업이 발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은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꾸준히 추진하다 보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