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예술의전당서 여섯차례 콘서트 여는 수원시향 지휘자 김대진
김대진 수원시향 상임지휘자는 “차이콥스키는 악보대로만 연주해도 화려하게 울린다. 여기에 새로운 색채를 더하는 것이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예술의전당 제공
김대진과 수원시향의 올해 화두는 러시아의 거장 차이콥스키다. 20일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협연 이지혜)와 교향곡 5번을 시작으로 11월 14일까지 여섯 차례 콘서트에서 교향곡 6곡 전곡(번호 없는 ‘만프레드’ 교향곡 제외)과 피아노협주곡 전 3곡, 콘서트 판타지 G장조,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로코코 변주곡’을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예술의전당이 매년 악단을 바꿔 진행해 온 ‘그레이트 컴포저(작곡가) 시리즈’의 올해 순서이기도 하다.
―왜 차이콥스키인가.
―시리즈를 맡은 지휘자로서 차이콥스키 음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가장 순수하게 감성을 표현한다고 할까. 가려지거나 포장되지 않은 그대로의 감정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멜로디와 화성으로 풀어낸 작곡가죠.”
그와 수원시향은 2009년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서 차이콥스키 마지막 교향곡인 6번 ‘비창’을 연주했다. “악단이 제 마음에 둔 색깔을 갖추지 못했을 때였죠. 혹독하게 연습시켰고, 너무나 산고가 커서 연주 뒤 비올라 단원들이 부둥켜안고 울기도 했습니다. 질려서 ‘당분간 차이콥스키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달라진 모습으로 시도하는 거죠.”
―‘김대진’이라면 정돈된, 모범생 같은 이미지가 있다. 격정을 마구 쏟아내는 차이콥스키와 잘 맞을까.
―차이콥스키의 후기 교향곡(4, 5, 6번)과 바이올린협주곡,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모든 클래식 레퍼토리 중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품에 속하지만 교향곡 2, 3번이나 피아노협주곡 2, 3번은 아는 사람이 적다. 대중성의 편차가 큰데….
“누구나 잘 아는 곡을 ‘더 잘’ 하는 것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곡에 새로운 빛을 비추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향곡 2, 3번의 경우 스코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초기 작품이어서 작법이 완숙하지 않은 면도 있지만 친근한 선율과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낯설어도 다가가기 쉬운 작품들이에요.”
여섯 차례의 연주는 실황녹음을 통해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로 국내 발매된다. 그는 “현장녹음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악단에 더 ‘진하게’ 표현하도록 주문하려 한다. 굳이 녹음으로 남기기 위해 ‘깔끔하게’ 연주하는 데만 힘을 쏟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와 수원시향은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차이콥스키 사이클’을 진행한다. 첫 순서인 2월 15일 콘서트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재가 협연자로 나선다.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