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前 위장간첩 3만명 암약… 철저한 검증후 공무원 채용
통일 전 공산권 주민의 이탈 과정에서 신분을 위장한 간첩이 유입되는 현상은 독일에서도 흔히 나타났다. 통일 전 서독에 넘어온 동독 이탈주민 200만 명 중 간첩이 3만 명에 달했다는 사실이 통일 후 기밀문서 해제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서독은 동독 간첩 유입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체제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다. 빌리 브란트 총리가 1960, 70년대 동독을 끌어안는 동방정책을 의욕적으로 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독은 그 틈을 노렸다. 동서독은 1972년 통행규제 완화와 이산가족 재결합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를 교환했다. 또 ‘동서독 기본조약’까지 체결했다. 동독의 공작기관 ‘슈타지(국가보위부)’는 이렇게 간첩활동에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자 해외공작총국 주도로 공작원들을 집중 침투시켰다. 동독 주민에게 서독 이주를 허용하고 범죄자 가족에게 감형 등의 미끼를 내걸고 공작원을 모집했다.
서독은 헌법보호청을 통해 연 20명 이상의 간첩을 잡아들이는 등 체제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강력히 제재했다. 동독 이탈 주민에 대해서는 입국 때부터 시위 참여 경력, 동독 내 단체 활동 여부 등을 조사해 체제 전복 위험 인사를 가려냈다. 하지만 일단 검증을 통과한 동독 이탈자에 대해서는 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다. 박상봉 독일통일정보연구소 소장은 23일 “분단 직후부터 많은 동독인이 유입된 상황에서 서독은 간첩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둬 공무원의 경우 철저한 검증을 통해 문제가 없어야 채용했다”고 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