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총서 반대의견 표출… 오늘 청문보고서 채택 불투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거세다. 민주통합당은 연일 부적격 근거를 제시하며 공격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 여당, 반대기류 공개 표출
새누리당 내부의 반대 목소리는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터져 나왔다. 먼저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비공개 의총에서 “결정적 하자는 없다. 특정업무경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문제”라고 인사청문 경과를 보고하자 박민식 의원은 첫 발언자로 나와 “결격사유가 없기 때문에 적격이라는 것은 헌재 소장이라는 막중한 무게감에 비춰 자연스러운 인과관계가 아니다”고 반대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도 “친일 후손의 재산 문제까지 걱정하는 재판관을 국민 기본권 최후의 보루인 헌재 소장으로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고 특정업무경비 의혹도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흠 의원은 “이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도록 하든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올려야 한다”고 가세했고 당초 적격 의견을 갖고 있던 특위 위원인 안효대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결정적 하자가 없다는 것과 헌재 소장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에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진태 강은희 의원은 적격 취지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도 산업과 통상 분야를 하나로 묶는 것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식품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난 뒤 당론을 정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당론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의총에서) 반대 의견도 내야지, 그럼 찬성 의견만 내느냐”면서 “오늘 다양한 의견을 들었으니까…”라고만 말했다. 그는 이 후보자에 대해 “결정적 하자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면서 당장 24일로 예정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불투명하다. 인사청문특위는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는데 김성태 의원이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있어 ‘적격’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비록 관례화된 특정경비라고 해도 사금고화하면 안 된다”며 “공금을 사적 용도로 쓰는 것도 부패”라고 지적했다.
○ 야당, 이 후보자 낙마 총공세
민주당은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이 후보자에 대한 낙마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서영교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특정업무경비에서 셋째 딸의 유학자금을 보내는 등 1억1000여만 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확대간부회의에서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대로 국민에게서 자격 미달, 부적격자로 판명받았다”며 “박 당선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건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횡령 혐의 고발 검토’ 카드도 제시하며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CBS라디오에서 법적 고발에 대해 “그 부분도 검토 대상이다. 이 후보자의 처세에 따라 이런저런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이 후보자는) 국민 세금으로 이자놀이를 했다”고 비판했다.
고성호·이남희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