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 포기를 선언하고 핵실험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고뇌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은 정부 출범부터 극도로 악화된 남북관계 및 안보상황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초반부터 꼬일 수도 있다.
박 당선인 측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오전만 해도 “현 정부 당국이 책임 있게 대응해야지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서 반응을 내놓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오후 6시경 뒤늦게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사태를 추가적으로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박 당선인이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당선인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안보 당국은 이날 북한 외무성 성명과 북한 핵실험 징후 등에 대해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내용이 박 당선인에게 보고되면서 심각성을 느낀 인수위가 뒤늦게 공개적으로 핵실험에 대한 경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무엇보다 국가 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박 당선인인 만큼 북한의 도발에 강경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하는 5·24조치를 강행했다.
최대석 전 인수위원의 사퇴 등 박 당선인 측 내부에서 대북 온건파의 입지가 약화되고 있다는 관측도 심상치 않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점차 국방과 안보를 중시하는 대북강경책이 힘을 얻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