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갱도 굴착 → 장비 투입 → 콘크리트 밀봉12월달 이미 준비작업 끝내… 韓美 밀착 감시중안보리 “北 추가도발땐 중대조치” 결의안 채택北 “물리적 대응… 한반도 비핵화 대화 없을것”
북한이 지난해 12월 3차 핵실험을 위한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갱도 밀봉까지 마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핵실험의 모든 준비가 이미 한 달 전에 끝난 상태인 것이다. 북한은 이날 외무성 성명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비난하며 추가 핵실험 계획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차 핵실험을 하기 위해 실험용 갱도를 굴착한 뒤 실험장비 투입 및 관측용 케이블 연결 등을 모두 마치고 콘크리트 밀봉까지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준비가 완료된 구체적 시기와 정황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이 며칠 안으로 3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심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해발 2200m) 중턱에 뚫어놓은 2번(서쪽), 3번(남쪽) 수평갱도 중 한 곳에서 고농축우라늄(HEU)탄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찰위성과 한국의 아리랑 3호 등으로 관련 동향을 밀착 감시 중이라고 군 핵심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앞서 유엔 안보리는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이사회를 소집해 북한이 향후 핵실험 등 추가로 도발에 나설 때 곧바로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결의안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 2087호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은하 3호)을 발사한 데 대한 유엔 차원의 강력한 대응 조치다. 이 결의안은 대량 현금거래와 금융회사 감시 강화로 돈줄을 막고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모든 품목의 수출입을 통제하는 ‘그물망식’ 제재 방안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또 지난해 두 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총지휘한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와 이 위원회의 백창호 위성통제센터 소장 등 등 단체 6곳과 개인 4명을 신규 대북 제재 대상으로 추가했다. 이로써 유엔 결의안과 의장 성명이 명시한 대북 제재 대상은 단체 17개와 개인 9명으로 늘어났다.
한편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북한은 추가 도발 시 안보리가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도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다면 즉각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은 “추가적 위험을 초래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한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남북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숭호·이정은 기자·뉴욕=박현진 특파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