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새 악취민원 3배로 늘어市, 업체 12곳과 내달 협약… 의회 “강제력 있는 조례를”
광주에서 악취 민원이 늘고 있는 가운데 광주시가 악취배출 허용기준을 정한 조례제정 대신에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악취를 줄이는 협약 체결을 추진하려고 하자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7년 동안 악취 민원이 3배 이상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악취 민원은 2007년 78건, 2009년 134건, 2012년 256건이었다. 악취 민원의 절반은 광산구 하남산업단지에서 발생했다. 하남산단 인근의 아파트 밀집지역인 수완지구에 주민 6만4079명(2만677가구)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악취 민원을 줄이기 위해 다음 달 악취중점관리업체 12곳과 악취개선 자발적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악취중점관리업체는 악취관리법이 정한 이상의 악취를 배출하거나 인근 주민들이 악취 민원을 자주 제기하는 기업이다. 악취를 유발하는 업체는 화학, 주물, 환경 분야 기업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악취중점관리업체는 광산구 10곳, 북구 1곳, 서구 1곳이다. 이 업체들이 협약을 체결하면 2년간 자율적으로 악취 저감시설을 설치해 악취를 줄이게 된다.
시의회는 시가 입법예고한 조례에 기업에 악취방지 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광주시와 시의회가 조례 제정에 나서자 악취중점관리업체 10곳이 있는 광주 하남산단 입주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악취를 감소시킬 테니 조례 제정을 유보해 달라’고 호소했다. 광주시도 조례 제정 대신에 악취중점관리업체가 2년간 법이 정한 허용기준보다 최고 70%를 자율적으로 줄이는 협약 추진에 나선 것이다.
협약을 추진하면서 기업 입장을 우선 고려해 악취 민원을 5, 6년 전부터 제기한 수완지구 주민들은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2년 이내에 악취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조례를 제정하면 된다”며 “기업 규제를 줄이는 측면에서 자율협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자율협약을 추진하면서 수완지구 주민 등의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송경종 광주시의회 의원은 “3월 시의회가 개원하면 악취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