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모두 정부가 지원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형평성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기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래의료정책 포럼에서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지원을 보장하는 방식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편적이지 않은 접근 방법"이라며 이런 견해를 밝혔다.
이 원장은 "환자의 진료비를 100% 없애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또 4대 중증질환에 지원을 집중할 경우 고액 진료비를 지출하는 환자 중 이에 해당하지 않는 나머지 환자 45%와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건강보험의) 80% 보장률 달성이라는 전반적 구상 아래 4대 중증질환관련 정책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재 62.7% 수준인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로 올리는 방안으로 우선 소득계층 1분위의 최저소득층이 병원·약국 등을 이용할 때의 본인부담률을 현재 20~60%에서 10~1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연간 가처분 소득의 35%를 넘는 막대한 의료비가 필요한 이른바 '재난적' 의료 지출 대책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연간 200만~400만원인 본인부담액 상한 기준을100만¤300만원으로 하향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병실차액·선택진료비·간병서비스 등을 단계적으로 급여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보장 분야에는 한 부문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전체적인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불균형 성장론'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은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것일 뿐 한가지 질환의 보장률을 우선 끌어올리면 나머지 보장률이 저절로 따라 올라오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100% 보장이 이뤄지기 힘들다"며 "급선무는 70%보장되는 질환의 보장률을 100%로 올리는 것이 아니고 병실, 간병비 등 비급여 항목을 급여대상으로 넣고 급여기준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