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영감의 아이콘 ‘비주얼 아티스트’ 女神계보 잇다
자신의 이름 그 자체로 브랜드를 만든 가수 마돈나(왼쪽)와 ‘21세기 마돈나’로 불리는 레이디 가가는 음악 패션 인생 사회 활동 등 모든 영역에서 이슈를 만들고 있다. 동아일보DB
가수 겸 DJ 배철수 씨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면 3대가 먹고산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12개의 빌보드 1위곡을 낸 가수 마돈나는 어쩌면 36대가 떵떵거리고 살 영광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가수’ ‘빌보드지가 뽑은 팝 역사상 가장 성공한 솔로 가수 1위’ 등의 영예를 얻으며 지난 30년 동안 팝의 아이콘으로 불려 왔다.
여기에 또 한 명, 레이디 가가가 있다. 데뷔 5년차밖에 되지 않았지만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을 3개나 냈다. 데뷔 앨범은 1000만 장이나 팔았다.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소비하고 일렉트로닉 음악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그녀를 ‘21세기 마돈나’라 부른다. 아직은 마돈나와 ‘맞짱’ 뜨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현역 전선’만 놓고 본다면 음악부터 패션, 영향력, 스타성 등 모든 면에서 뜨거운 아이콘임엔 틀림없다. 두 가수의 인생과 음악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2편이 24일 동시에 개봉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시대를 앞서간 노래와 패션
팝의 아이콘이 된 이유는 단순히 히트곡이 많아서만은 아니다. 마돈나는 1982년 데뷔곡 ‘에브리데이’ 이후 발표하는 거의 모든 곡에서 오디오와 비디오를 결합했다. 그의 음악은 오감(五感)으로 느끼는 ‘종합 문화 콘텐츠’로 승화됐다. 여기엔 그즈음 개국한 뮤직비디오 전문 채널 ‘MTV’의 영향도 한몫했다. 뮤직비디오는 가창력이 아주 뛰어나지도 않고 심오한 음악을 하지도 않는 그녀의 비밀 무기였다. 1984년 발표한 ‘라이크 어 버진’은 그녀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자를 어루만지는 장면 하나로 많은 화제를 낳았다. 뮤직비디오의 인기와 함께 이 노래는 마돈나 최초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곡이 됐다. 그녀는 1990년 발표곡 ‘보그’ 뮤직비디오에선 1960년대의 우아한 ‘캘린더 걸’로 변신해 파워풀한 토끼춤을 추며 주목을 받았다.
음악과 볼거리(패션)를 결합하는 것은 레이디 가가도 마찬가지다. 2집 타이틀곡 ‘본 디스 웨이’ 뮤직비디오에서 그녀는 아찔한 란제리 의상을 입고 하우스 리듬에 춤을 췄다. 마돈나는 이런 장면을 1994년 R&B 스타일의 히트곡 ‘시크릿’의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바 있다.
두 사람의 패션에는 ‘스토리’가 숨어 있기도 하다. 마돈나는 1985년 히트곡 ‘머티리얼 걸’ 뮤직비디오에서 물질 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여성을 나타내기 위해 레이스 달린 옷에 진주 목걸이를 칭칭 감고 나왔고 2003년 발표한 ‘어메리칸 라이프’ 뮤직비디오에선 ‘반전(反戰)’ 메시지를 담은 ‘나치 룩’을 선보였다. 레이디 가가는 동성애자들에게 ‘투쟁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뼈에 붙은 살점뿐’이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생고기 드레스’를 입고 나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논란과 평가절하의 ‘평행이론’
24일 동시에 개봉하는 마돈나와 레이디 가가의 다큐멘터리 영화 포스터들.
마돈나와 레이디 가가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그들의 숨겨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논란과 평가절하의 대상이 돼 손가락질을 당했던 사례도 다룬다. 1990년 마돈나의 히트곡 ‘저스티파이 마이 러브’는 화끈한 정사 장면을 담은 ‘19금 뮤직비디오’로 논란이 됐다. 미국 지상파 뉴스에 나와 앵커와 논쟁을 벌이는 마돈나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젯거리였다. 이 싱글 음반은 그해 200만 장이나 팔리며 ‘상업성이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녀가 영화 ‘에비타’에 출연한 1996년에는 “마돈나가 어찌 감히 ‘아르헨티나의 국모’로 불리는 에바 페론 역을 맡을 수 있느냐”며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레이디 가가 역시 과한 의상과 넘치는 화제 때문에 음악보다 논란의 주인공이 될 때가 종종 있다. 막달라 마리아의 관점에서 쓴 가사로 유명한 히트곡 ‘주다스’는 “명성을 좇고 음탕한 거래를 일삼고…”라는 내용 때문에 기독교계의 반발을 샀다. 강일권 대중음악평론가는 “가가는 여성 가수로선 드물게 ‘비주얼 아티스트’ 성향을 기반으로 음악적 주도권을 틀어쥐고 앨범을 만들어낸다”며 “그런 점에서 마돈나의 ‘왕좌’를 이을 재목”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