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립무용단 단원-감독 갈등 격화
인천시립무용단의 정기공연작인 ‘인당수’. 이 작품 제작 과정에서 손인영 예술감독과 단원들이 안무 때문에 갈등을 빚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제공
“감독과 무용단원 간 갈등에서 시작된 문제이지만 공공단체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집단적인 의견을 노조를 통해 전달한 것입니다.”(무용단원 A 씨)
인천시립무용단장의 해임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이 25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손 감독의 해임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손 감독이 해임된다면 특별한 비위가 없는 상황에서 해임되는 첫 사례여서 인천 예술계에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무용단 내 갈등은 6개월 전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월 부임한 손 감독은 새 작품 ‘인당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원들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무용단원들은 젖먹이 엄마의 가슴을 상징하기 위해 소품을 부착시킨 것에 대해 “감독의 무리한 안무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소품마저 창피하게 여긴다면 무대에서 예술행위를 할 자격이 없다는 반론이 나오기도 했다.
단원들은 특히 “아이를 더 낳으려면 무용단을 그만둬라”라는 손 감독의 말을 문제 삼기도 했다.
손 감독은 새 작품을 위해 오전 10시∼오후 3시인 근무시간보다 연습을 더 시키려고 했다가 단원들이 집단 거부한 적도 있었다. 노조와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단체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단원 평가도 갈등의 씨앗이었다. 단원 평가는 감독과 노조가 절반씩 추천한 외부인사에 의해 2년마다 이뤄지고 있다. 손 감독은 “한번 단원이 되면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정년을 보장받는다”며 “완벽성을 추구하는 예술의 특성을 감안할 때 경직된 운영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고참 무용단원 B 씨는 “41명의 무용단원 중 30대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실력이 없으면 창피해서 스스로 그만두는 단원이 1년에 두세 명 있다”고 전했다.
무용단, 교향악단, 합창단, 극단 등 인천시립 4개 예술단원의 정년은 지난해 단체협약을 통해 만 55세에서 58세로 늘어났다. 4개 예술단원(228명)의 평균 나이는 남자 43세, 여자 38세다. 인천시립예술단 전 감독 C 씨는 “서울 경기 지역의 유명 예술단은 정규 단원 수를 줄이고 작품별로 실력 있는 계약직 단원을 추가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인천예술단의 작품성을 높이려면 운영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10월경 갈등이 심해지자 11월 1차 운영위를 열어 자체 수습을 손 감독에게 요구했다. 또 시 고위간부는 손 감독에게 다른 자리를 주선하면서 자진 사퇴를 권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 문화예술인들 사이에선 인천시가 예술계 특성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운영에 개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무용협회 박혜경 회장은 “국립무용단, 서울예술단에서도 내부 갈등이 생기지만 이 같은 방식으로 해결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예술인 D 씨는 “시립예술단 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