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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 지혜]고객 줄서기, 3가지 전략으로 지루함 달래라

입력 | 2013-01-25 03:00:00


주말에 유명 놀이공원에 가면 인기 있는 코너 앞에는 예외 없이 구불구불한 대기줄이 있다. 고작해야 몇 분 정도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수십 분씩 다리 아프게 줄을 서야 할 때도 많다. 그래도 대부분의 방문객은 큰 불평 없이 기다린다. 반면 병원 같은 곳에서는 의자에 앉아 단 15분 정도만 기다리게 해도 지루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놀이공원들은 줄을 선 고객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첫째, 줄이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걸리는 대기시간을 표시해준다. 이를 통해 고객은 지금부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또 오늘 하루 어떤 시설들을 이용할지 미리 시간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둘째,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직선보다는 S자형 혹은 미로처럼 꼬불꼬불하게 줄을 세운다. 셋째, 대기하는 동안 다른 놀이시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한다. 이러면 지루함도 줄고 다음에 뭘 할지 기대하게 된다.

놀이공원뿐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은행, 병원 등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장소에서는 체계적인 대기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경쟁사와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기다리는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은 결정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대기시간의 객관적인 길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보다는 고객들이 그 시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거나 지루하게 느꼈느냐, 즉 주관적 인지의 정도가 서비스 만족도를 좌우한다.

대기시간 관리에서 특히 중요한 것이 끝마무리다. 과거의 긍정적 혹은 부정적 경험을 기억할 때 사람들은 가장 자극이 고조되는 순간, 그리고 가장 마지막 순간의 경험을 매우 중시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피크엔드 효과(peak-end effect)’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0초 동안 아주 강한 소음에 노출된 사람들과, 아주 강한 소음에 10초 동안 노출된 후 추가로 강도가 덜한 소음에 5초간 노출된 사람들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덜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실제로 경험한 소음의 절대량은 당연히 후자가 더 많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이 덜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덜 불쾌하다고 기억한다. 줄서기도 마찬가지다. 힘들게 줄을 서서 기다렸더라도 마지막에 이용하는 서비스가 충분히 재미있고 짜릿하다면 지루했던 대기시간의 기억은 쉽게 묻힌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