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유명 놀이공원에 가면 인기 있는 코너 앞에는 예외 없이 구불구불한 대기줄이 있다. 고작해야 몇 분 정도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수십 분씩 다리 아프게 줄을 서야 할 때도 많다. 그래도 대부분의 방문객은 큰 불평 없이 기다린다. 반면 병원 같은 곳에서는 의자에 앉아 단 15분 정도만 기다리게 해도 지루해하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이 많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놀이공원들은 줄을 선 고객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도록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첫째, 줄이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걸리는 대기시간을 표시해준다. 이를 통해 고객은 지금부터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알 수 있고 또 오늘 하루 어떤 시설들을 이용할지 미리 시간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둘째, 지루함을 느끼기 쉬운 직선보다는 S자형 혹은 미로처럼 꼬불꼬불하게 줄을 세운다. 셋째, 대기하는 동안 다른 놀이시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동선을 배치한다. 이러면 지루함도 줄고 다음에 뭘 할지 기대하게 된다.
놀이공원뿐 아니라 패밀리 레스토랑, 극장, 은행, 병원 등 고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장소에서는 체계적인 대기시간 관리가 필요하다. 경쟁사와 제품이나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기다리는 고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은 결정적인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대기시간의 객관적인 길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보다는 고객들이 그 시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거나 지루하게 느꼈느냐, 즉 주관적 인지의 정도가 서비스 만족도를 좌우한다.
곽준식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