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문제는 현대차가 여기에 안주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원화 강세, 이번엔 일본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따른 엔저(円低)까지 겹치면서 고속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 환율 탓에 영업이익 급감
지난해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 것 같지만 4분기(10∼12월) 실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원화 강세와 더불어 연말 엔화 약세까지 더해진 환율 외풍은 실적을 갉아먹었다. 4분기 현대차는 122만6847대를 팔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11.7%나 감소한 1조83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3분기까지 두 자릿수를 이어가던 영업이익률도 4분기에는 8.1%로 뚝 떨어졌다.
전체 매출의 85%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환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0엔 당 1056원, 달러당 엔화 환율을 83.9엔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그동안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결제통화 다변화, 환헤지로 환율변동 리스크에 적극 대응해 왔다”며 “국내 안방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업체가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상품성 및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자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더욱 거세질 수입차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레저차량에 주로 장착하던 디젤엔진을 인기 차종인 ‘아반떼’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 中企 환율 직격탄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일 간 수출경합도는 자동차(0.625) 기계(0.621) 철강(0.575) 가전(0.497) 섬유(0.456) 등의 순이다. 수출경합도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나라 간 수출 경쟁이 치열한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엔저의 습격으로 이들 업종이 최근 수년간 일본으로부터 어렵게 잡은 승기를 다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산업인 전자업계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주로 고급형 제품 위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경쟁업체도 일본이 아니라 미국 유럽 업체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 설문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엔 환율이 1285원 이하로 떨어지면 손해가 날 것으로 진단했다. 더구나 중소기업 10곳 중 여섯 곳(65.1%)은 환리스크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환율 변동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환율 메리트가 감소해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든 관광업계의 타격도 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본인 관광객 수는 작년보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정효진·김용석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