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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특수’ 지고 ‘공시 특수’ 떴다

입력 | 2013-01-25 03:00:00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미술학원 거리. 미술학원 유리창에는 학원 수강생들의 진학 성적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홍익대 ○명, 국민대 ○명 합격.’ 학원 건물 유리창의 다른 광고지도 눈에 띄었다. ‘건물 임대 문의 ×××-××××-××××.’

입시 변화와 불황이 학원가를 흔들고 있다. 홍익대의 ‘무(無)실기 전형’ 여파로 홍익대 앞 미술학원가에서 ‘방학 특수’는 옛말이 됐다.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의 학원가도 마찬가지. 쉬워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특목고 입시전형 변화로 학생들이 감소하면서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취업난 탓에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늘면서 노량진 학원가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입시는 지고 공시(公試)가 뜨는 셈.

‘입시 미술교육의 메카’ 홍익대 앞 미술학원 거리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홍익대가 2010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실기전형을 폐지하면서부터다. 서서히 줄던 학원 수강생은 2013학년도 미술계열 신입생 전원을 무실기 전형으로 선발하면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

A부동산 관계자는 “미술학원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학생이 줄면서 임차료를 감당 못해 떠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가에서 만난 김모 양(17)은 “홍익대가 미술실기를 폐지했으니 다른 곳들도 뒤따를 것이란 얘기가 들려온다”며 “친구들도 방학이지만 실기학원 다닐 시간에 국어나 영어를 공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학원가는 3, 4년 전만해도 방학철이면 지방에서 원정수업을 들으러 오는 학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커지고 수학능력시험도 EBS를 활용해 쉽게 출제되자 학생들은 ‘대치동 유학’ 대신 인터넷 강의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학생이 줄면서 임차료를 내기 어려워진 학원들끼리는 사무실을 합쳐 쓰기도 한다. 일부 건물주는 2, 3개월치 임대료를 받지 않는 등 임차인 붙잡기에 나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치동 목동의 보증금 대비 임대료 비중은 2012년부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장용훈 부동산114 연구원은 “건물 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추면서 보증금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며 “특목고 열기도 한풀 꺾여 입시학원가의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의 침체 속에 서울시내 학교교과 교습학원도 2010년 1만3504곳에서 2012년 1만3104곳으로 줄었다.

불황에 웃는 곳도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노량진 학원가와 원룸촌은 20, 30대 ‘나이든 수험생’으로 북적인다. 매일 오전 7시 전후부터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점심시간 식당 앞에는 끼니를 해결하려는 학생들의 줄이 늘어선다.

‘원룸 구하기’도 전쟁이다. 16.5m²(약 5평)의 원룸도 보증금 500만 원에 45만 원은 줘야 한다. 서울대 인근 관악구 신림동 원룸보다도 10만 원가량은 비싼 편.

노량진 LG공인중개사 채경수 사장은 “노량진은 공무원 교사 등 각종 시험학원과 싸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 독서실 등을 갖춰 수험생에게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학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취업난이 갈수록 심해져 방은 늘 부족하다.

“방을 구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한번 노량진에 들어온 수험생들은 2, 3년씩 나가질 않으니 방이 부족해요. 원룸 월세가 1년 새 5만 원은 올랐어요.”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명종 인턴기자 고려대 법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