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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료 13억5000만원+주전…윤석영 마음 돌렸다

입력 | 2013-01-25 06:00:00

전남 윤석영의 프리미어리그 QPR행이 확정됐다.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게 돼 리그 적응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사진제공|전남드래곤즈


48시간만에 QPR 이적 결심…왜?

‘전남 바이아웃 액수’ 두배 이적료 제시
공식문서 받고 고심 끝 풀럼서 급선회

QPR 이적시장 왼쪽 수비수 영입 실패
입단테스트 없어…당장 주전 가능성
박지성 부친 “지성이가 잘 챙겨줄 것”


단 이틀만에 윤석영(23·전남 드래곤즈)의 운명이 결정된 전격 이적이었다.

전남 구단은 24일 “왼쪽 수비수 윤석영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로 이적한다. 세부사항 조율과 메디컬테스트를 마친 뒤 입단 계약서에 사인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태국 방콕에서 전지훈련 중인 윤석영은 메디컬테스트를 받기위해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로써 윤석영은 박지성(QPR) 이영표(전 토트넘) 설기현(전 풀럼) 이동국(전 미들즈브러) 김두현(전 웨스트브롬위치) 조원희(전 위건) 이청용(볼턴) 지동원(전 선덜랜드) 박주영(전 아스널) 기성용(스완지시티)에 이어 11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QPR은 박지성(32)이 뛰고 있는 팀이라 더 눈길을 끈다. 윤석영은 현지 적응에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팀에서 뛰는 건 박지성-윤석영이 처음이다. 유럽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한솥밥을 먹는 건 박지성-이영표(네덜란드 PSV에인트호벤) 김동진-이호(러시아 제니트) 차두리-기성용(스코틀랜드 셀틱) 구자철-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 이어 5번째다.

○올림픽 거쳐 꿈의 무대로

윤석영은 전남 유스팀 광양제철고를 졸업하고 우선지명으로 2009년 전남에 입단해 4시즌 동안 86경기에 출전해 4골10도움을 기록했다. 작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두고 대표팀 최강희 감독의 호출을 받고 처음 A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작년 10월 이란과 최종예선 4차전을 통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다음 달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와 평가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윤석영의 진가가 발휘된 건 작년 7월 런던올림픽이었다. 홍명보호의 일원으로 전 경기를 소화하며 동메달 신화의 주역이 됐고, 유럽 구단의 주목을 받았다. 런던올림픽 활약을 발판 삼아 꿈의 무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운명의 48시간

윤석영 이적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됐다. 사실 윤석영의 QPR행에 대한 소문은 예전부터 있었다. 토니 페르난데스 QPR 구단주가 작년 10월 내한해 “한국 선수 1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하면서 유력 대상으로 윤석영이 거론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접촉은 없었다. QPR이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인 건 22일이었다. 전남 고위 관계자는 “22일 오후 QPR이 윤석영을 원한다는 말을 들었고, 23일 오전 공식 문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남은 태국 방콕에서 전훈중인 윤석영에게 연락해 OK 사인을 받았고, 24일 이적을 결정했다. 최초 제안이 온 지 불과 48시간 안에 모든 게 이뤄졌다.

○풀럼과 QPR 경쟁

윤석영을 원했던 또 하나의 프리미어리그 팀은 풀럼이었다. 풀럼은 QPR의 제안이 있기 얼마 전인 20일, 구체적인 이적료가 명시된 문서를 전남에 보냈다. 이 문서에 대해서는 전남과 윤석영 에이전시의 말이 다소 엇갈린다. 전남은 “입단테스트를 받으라는 초청장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에이전시는 “일반적인 입단 테스트가 아니라 윤석영이 최근 2개월 동안 실전을 뛰지 않았으니 훈련을 같이 하며 몸 상태를 따져보고 계약하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풀럼은 이 문서에 윤석영에게 책정된 바이아웃(일정 금액 이상의 제의가 들어오면 선수 이적을 허용) 70만 달러(7억5000만원) 이상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썼다. 전남이 윤석영의 풀럼 이적을 두고 고민하던 순간, 바이아웃의 두 배인 80만 파운드(13억5000만원·추정치)의 이적료를 지불하겠다는 QPR 문서가 도착했다. 전남은 심사숙고 끝에 선수와 상의해 QPR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왜 윤석영이었나

이 과정에서 윤석영에게 다소 운도 따랐다. QPR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8경기 중 23경기를 소화한 현재 2승9무12패(승점15)로 최하위다. 최근 5경기에서 2승3무로 선전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상황에서 올 겨울이적시장 때 왼쪽 수비수 영입이 절실했다. 팀의 주전 왼쪽 수비수 트라오레(24·프랑스)가 잦은 부상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 QPR이 원래 염두에 둔 선수는 에버턴 수비수 실뱅 디스탱(36·프랑스)이었다. 디스탱은 중앙과 왼쪽 수비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디스탱은 잔류를 택했고, 다급해진 QPR은 윤석영에게 러브 콜을 보냈다. 전문가들은 윤석영이 충분히 주전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든든한 지원군 박지성

윤석영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QPR에서 뛰고 있는 박지성이다. 사실 박지성과 윤석영은 대표팀 경력이나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난다. 둘이 함께 뛴 특별한 인연은 없다. 그러나 앞서 박지성과 이영표, 차두리와 기성용 등은 서로 의지하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마찬가지로 박지성의 존재가 윤석영에게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영국에 머물고 있는 박지성 아버지 박성종 씨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박)지성이도 윤석영 이적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더라. 지성이는 후배들이 유럽에 와서 자리를 잘 잡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 동안 외국선수가 팀에 새로 입단했을 때 지성이가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을 봤는데 후배인 윤석영을 더 살뜰히 신경 써 줄 것이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10년 가까이 A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이었던 이영표과 네덜란드에서 함께 뛰었는데, 이번에 ‘이영표의 후계자’로 불리는 윤석영과 호흡을 맞추게 된 것도 이색적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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