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 자문서비스 인기… 2012년 1600건 의뢰 들어와
한국고전번역원에 번역 요청이 들어온 장식용 접시. 닭 그림 위로 ‘계림은 오래된 나라’ 라는 한시가 적혀 있다. 한국고전번역원 제공
결혼하면서 받은 액자, 집안 대대로 내려온 병풍과 족보…. 걸어놓고 바라보는 것까지는 좋지만 정작 그 내용을 모를 때가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의 ‘한문고전 자문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08년 시작된 이 서비스는 매년 1000여 건씩 의뢰가 들어오다 지난해에는 160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번역원은 일반인이 글씨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ask.itkc.or.kr)으로 보내면 번역해준다. 두세 쪽 정도는 무료이고 양이 많으면 약간의 수수료를 받는다.
벼루 도자기 같은 일상용품에 새겨진 글씨를 알고 싶다는 내용도 많다. 한 시민이 보내 온 밥그릇 뚜껑에는 ‘부(富) 귀(貴) 다남(多男)’이란 글자가 있었다. 번역원은 “밥을 먹으면서도 ‘부자 되고, 높은 자리 오르고, 자식 많이 낳기’를 기원한 조상들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퇴계 이황의 친필, 세종시대 과거급제 합격증처럼 문화재급 보물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다. 노성두 고전번역원 연구원(50)은 “소장품의 진품 여부는 사진을 통해 알 수 없지만 일상 속에서 고전의 향기를 찾도록 도와주는 일은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