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가가 범한 인권유린 과오에 공적 사죄”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항거하다 옥고를 치른 고 장준하 선생(사진)이 39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1974년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장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24일 무죄를 선고하고 유족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장 선생은 1974년 1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7개월가량 옥살이를 하다 같은 해 8월 협심증으로 병보석으로 풀려났다. 장 선생은 이듬해 8월 경기 포천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돼 타살 논쟁이 일었다.
재판부는 “국가가 범한 과오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는 자리에서 무거운 책임 의식을 가진다”며 “국민주권과 헌법정신이 유린당한 인권의 암흑기에 시대의 등불이 되고자 스스로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고인의 숭고한 정신에 진심 어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이 고인에게 조금이라도 안식과 위로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선고에 앞서 검찰은 “장 선생에게 적용된 법이 대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결정됐기 때문에 무죄를 구형한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장 선생의 장남 호권 씨(64)는 “뒤늦게나마 고인의 명예가 회복돼 기쁘고 감사하다”며 “국민이 대통합의 미래로 나가는 시발점이 될 역사적인 재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형이 확정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