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두 스포츠부 차장
21일 대한태권도협회장 후보로 등록한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70)이 밝힌 출마 이유다. 맞다. 그의 말대로 태권도는 중요한 순간을 맞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여름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계속 남겨 둘지 여부를 결정한다. 어느 때보다 스포츠 외교력과 단결된 힘이 필요한 때다.
하지만 자신이 적임자라는 그의 말에 태권도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태권도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왜 출마했는지 모르겠네요.” 태권도협회 한 임원의 말이다. 김 의원은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인들끼리 맞붙은 곳도 있다. 농구협회장 선거에서는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과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치판의 여야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협회장에는 강승규 전 새누리당 의원과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친이(親李)’ 간 싸움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윤상현 의원과 김재원 의원은 각각 축구협회장과 컬링협회장에 출마했다.
과거에도 경기단체장을 맡았던 정치인이 적지 않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은 축구협회장을 오랫동안 맡았고, 김정길 전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됐다.
경기단체장은 정치인들에게 ‘블루 오션’ 중 하나다. 스포츠를 배경으로 깨끗한 이미지와 인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반면 책임질 만한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손해는 없이 이득만 챙길 수 있는 ‘최고의 부업’인 것이다.
시대는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헌신과 투자는 없이 ‘열매’만 따려는 ‘정치인 회장’에 대한 체육인들의 거부감이 크다. 실제로 농구인들은 국회의원 후보에 맞서 방열 전 농구대표팀 감독을 회장 후보로 추대했다. 한 체육인사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공기업 낙하산과 뭐가 다르죠? 결국 스포츠계의 낙하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