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美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 노골적 위협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 발사 성공에 고무된 북한이 언제든지 핵실험 단추를 누를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노골적인 대미 위협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경고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우라늄탄 핵실험? 폭발력 높인 동시다발적 핵실험?
북한이 과거 두 차례의 핵실험보다 위력이 훨씬 강한 핵실험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06년 1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0.4∼0.5kt(킬로톤·1kt은 TNT 1000t의 폭발력), 2009년 2차 핵실험의 폭발력은 4kt 규모로 각각 추정했다. 2차 핵실험의 위력이 1차 핵실험보다 8∼10배 컸던 셈이다. 정부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거듭하면서 핵폭탄의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만큼 폭발력도 향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고위 소식통은 “북한이 경고한 ‘높은 수준의 핵실험’은 10kt 이상의 핵실험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8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 규모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原爆)에 버금가는 15kt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북한이 여러 곳의 지하 갱도에서 동시다발적 핵실험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수평갱도는 굴착하면서 여러 개의 갱도를 만들 수 있어 한 번에 여러 기의 핵폭탄 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이틀 만에 8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한 전례를 북한이 따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화 기술을 과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국방 전문가는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140여 차례의 고폭 실험 등을 통해 핵탄두의 소형·경량화 노력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스커드-B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무게 1t 미만, 지름 90cm 이내로 제작해야 한다. 북한이 이 같은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을 경우 그야말로 ‘미국을 겨냥한 높은 수준의 핵무기’가 되는 셈이다.
○ 북한 ‘핵도박’ 비용은 전 주민 16개월 치 식량 비용
풍계리의 핵 실험장 건설과 두 차례의 핵실험에도 약 1000만 달러를 사용하는 한편 핵융합 연구로의 설계, 제작에 1억∼2억 달러를 쓴 것으로 군 당국은 추산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같은 규모의 해외 핵 관련 시설 건설·유지비를 감안할 때 북한은 핵 개발에 총 11억∼15억 달러를 쓴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15억 달러면 국제 곡물시장에서 옥수수 500만 t을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북한 인구 2000만 명에게 하루 배급량 목표치(500g)를 제공한다고 가정할 때 북한 전 주민의 16개월 치 식량 비용에 해당하는 셈이다. 아울러 북한이 지금까지 미사일과 로켓, 위성을 개발하는 데 사용한 17억4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까지 합치면 총 32억 달러 이상을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소모한 셈이라고 군 당국은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조숭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