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스가 세상을 뜬 지 15개월여 만에 애플이 시련에 직면했다. ‘아이폰 5’를 출시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애플은 결국 10년 만에 첫 분기 주당순이익(EPS) 감소라는 성적표를 내놓으면서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애플 스스로 공개한 향후 전망은 더욱 우울해 ‘애플 제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3일 뉴욕증시 시간외거래에서 애플의 주가는 501.76달러에서 10% 넘게 폭락하며 한때 주당 4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시간외거래는 463.78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이 4836억 달러에서 4360억 달러로 줄어든 것.
이날 정규 거래 종료 직후 애플이 발표한 1분기(2012년 9∼12월) 실적이 직접적인 도화선이었다. 아이폰 판매실적(4780만 대)과 매출액(544억5000만 달러)은 각각 시장 예상치인 5000만 대와 547억3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무엇보다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오르는 데 그쳤고 주당순이익은 13.81달러로 10년 만에 감소(―3.5%)했다.
매 분기 10% 이상의 순이익 증가율을 보여 왔던 애플의 이날 실적은 향후 성장세에 짙은 의문을 던졌다. 특히 애플이 이날 투자자들에게 밝힌 2분기(2013년 1∼3월) 전망에서 매출 예상치를 410억∼430억 달러로 제시해 월가에서 예상했던 455억 달러보다 훨씬 낮았으며 아예 순이익 전망치는 내놓지도 않았다.
애플의 위기는 결국 ‘잡스의 부재(不在)에 따른 혁신성의 쇠퇴’로 모아진다. 실제 애플의 주가 하락은 지난해 9월 21일 잡스 사후 첫 아이폰 후속 모델인 아이폰 5가 나오면서 본격화했다. 출시 전 한껏 부풀었던 기대가 ‘애플다운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실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 5의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해 부품 주문량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으로 줄였다고 최근 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애플이 아이폰 5 분기 생산량을 당초 6500만 대에서 절반으로 삭감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구글 지도를 아이폰에서 빼고 자체 개발한 애플 지도를 넣은 것은 결정적이었다. 심각한 오류로 애플의 기술력에 큰 상처를 남겼다. 차기 혁신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던 ‘애플TV’의 출시는 1년 가까이 연기됐다.
애플 위기의 징후는 핵심 임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잡스의 왼팔’로 불린 밥 맨스필드 애플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28일 애플 주식 3만5000주(2037만 달러·약 253억 원)를 팔고 하드웨어 총괄 댄 리치오도 주식 1만9726주를 처분했다.
여기에 최근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시넷은 조사업체인 버즈마케팅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10대들이 (미국 기성세대와 달리) 애플의 아이폰보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런 애플의 위기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23일 팀 쿡의 사임까지 거론해 애플의 이번 위기가 어떻게 수습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