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 야구장 건립 문제로 잡음을 일으키는 창원시에 ‘연고지 박탈 경고’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의 퓨처스(2군)리그 개막전 모습. 스포츠동아DB
최적 장소 두고 최악 부지 선정에 경고
후보지 ‘진해 육군대학’ 교통 등 심각
시·도청 분배에 끼워맞춘 정치적 결정
발표 강행땐 울산·전북 등 변경 가능성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창원시에 ‘연고지 박탈 경고’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스포츠동아는 25일 KBO가 창원시에 공식 문서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한 사실을 단독 확인했다. 그동안 KBO는 창원시에 새 야구장 건설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4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연고지 박탈’ 같은 강경한 표현은 없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KBO가 연고지 박탈을 경고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KBO는 NC에도 창원의 연고지 박탈 가능성을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단순한 경고를 뛰어넘는 구체적 움직임이다.
○최적의 장소 2곳을 제친 최악의 부지
창원시는 최근 내부적으로 ‘창원야구장 신규 건립에 대한 위치 선정 타당성 조사 용역’을 거친 뒤, 가장 최적의 장소로 꼽힌 창원종합운동장내 보조경기장과 2순위 마산종합경기장을 외면하고 11순위로 평가된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사실상 새 야구장 후보지로 내정했다. 그러나 진해 육군대학 부지는 결격 사유가 큰 곳이다. NC 이상구 부사장은 25일 “사직구장도 경기가 끝나면 넓은 도로가 마비될 정도다. 진해 부지는 도로가 매우 협소하다. 큰 야구장이 들어설 만한 곳이 아니다. 구단 입장에선 답답할 따름이다. 창원과 마산종합운동장이라는 최적의 장소가 2곳이나 있는데, 왜 가장 교통이 좋지 않은 곳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주길 바라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진해 부지는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고 그린벨트 해제 절차가 필요해 당장 공사가 가능한 창원·마산종합운동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야구팬이 아닌 정치인들을 위한 결정
창원시 관계자는 “1월 28∼31일 발표(새 야구장 부지)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유로 진해를 밀어붙이고 싶지만, KBO와 NC의 눈치를 보고 있다. 창원시는 행정적으로는 통합됐지만 정서적으로는 아직 이질적이다. 그래서 지역 정치권에선 ‘통합시청 구 창원, 도청 구 마산, 야구장 진해’라는 억지 분배를 시도하고 있다. 2011년 NC를 유치한 직후부터 ‘시청이 창원이면 야구장은 마산, 시청이 마산이면 야구장은 창원’이라는 억지 논리가 시의회에서 끊이질 않았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청 마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되자 진해가 홀로 소외됐고, 오롯이 정치적 논리로 진해 부지가 새 야구장 후보지로 부상했다.
○연고지 박탈 가능성은?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