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부실대출… 구멍로비… 밀항시도
중졸이었던 그는 1978년 군 복무 중 우연히 만난 서울대 법대생에게 “나도 검정고시 출신 서울대 법대생인데 입학하자마자 입대했다”고 소개했다. 제대 직후부터 4년 넘게 실제 서울대를 다니며 법대생 행세를 했다. 1982년 결혼할 때에는 서울대 법대 학장이 주례를 설 정도로 감쪽같이 주변을 속였다. 이후 부동산 시행업에 나서 큰돈을 번 김 회장은 1999년 제주에 본점을 둔 대기상호신용금고(현재의 미래저축은행)를 인수해 12년 만에 업계 10위권 은행으로 키웠다. 그러다 2011년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을 가려내면서 그동안의 불법이 드러났다.
그러자 자신이 돈을 줬던 정관계 인사에게 구명 로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로비는 실패했다. 다급해진 그는 지난해 5월 고객 돈 200억 원을 빼돌려 경기 화성시 궁평항 선착장에서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 해양경찰에 붙잡혔다. 유치장에 입감된 지 하루 만에 자살을 시도했다. 김 회장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돈을 건넨 정치인들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이명박(MB) 정권의 최고 실세인 이상득 전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이름이 나왔다. 청와대 김희중 제1부속실장에게도 저축은행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2000만 원 상당의 금괴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