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 역사를 바꾸다/에릭 샬린 지음·서종기 옮김/224쪽·1만8000원·예경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동인도제도의 금을 찾아 대서양을 가로질러 항해에 나섰다. 1492년에서 1503년까지 네 차례 항해로 서인도제도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를 발견하며 세계의 축이 서방을 향하기 시작했다. 예경 제공
책은 인류 문명의 중요한 순간을 바꾼 50개 광물에 얽힌 역사적 사건을 소개한다. ‘역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역사상 최악의 발명품들’ 등을 펴낸 저자는 광물이 인류의 흥망에 미친 영향을 되짚었다.
은광은 아테네의 번영에 기여했다. 기원전 483년경, 아테네 사람들은 우연히 아티카 동부 해안의 라우리온에서 거대한 은광을 발견했다. 페르시아의 침공으로 멸망 직전에 놓인 그리스는 이 수익으로 해군 전함 200척을 건조한다. 페르시아 함대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최신 해군 전함으로 적을 살라미스 해협으로 유인해 대승을 거뒀다. 이후 아테네는 에게 해를 지배하며 화려한 제국을 건설했다.
책은 광물이 가져온 축복과 재앙의 양면도 돌아본다. 아연으로 만든 휴대용 건전지는 전자기술의 발전에 기여했고 텅스텐은 백열등의 필라멘트로 쓰여 어두운 밤거리를 밝혔다. 인류에게 암 치료, 원자력발전의 혜택을 선물한 방사능은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핵에너지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중 마리 퀴리가 발견한 알칼리 금속 라듐은 노동자의 안전 문제를 제기했다.
라듐을 발견한 1898년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방사능 활용법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병사들의 손목시계를 제작했던 US 라듐사의 젊은 여공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시계의 작은 숫자를 칠하는 붓 끝을 혀와 입술로 다듬도록 교육 받은 소녀들은 다량의 유독성 페인트를 섭취했다. 반짝이는 라듐 페인트를 손톱 장식용으로 쓰고 치아에 바르기도 했다. 노동자 수백 명이 얼굴이 기형적으로 변해가며 죽어간 후에야 US 라듐사는 유죄를 선고 받았다. 이 판례는 후에 미국의 노동안전 기준을 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