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까지 일할 수 있게 앞장서겠다”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은 “고령화 사회의 시니어들은 일자리를 가장 원한다”며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경제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하는 것이 기업과 사회가 상생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본사에서 만난 유한킴벌리 최규복 사장은 “시니어 대상 취업행사에 가보면 일자리 자체가 적을뿐더러 그나마 90%가 단순노무직이라 안타까웠다”며 “젊었을 때만큼의 소득을 올릴 수는 없더라도 경험과 전문성을 살린 경제활동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한킴벌리가 시니어를 위한, 시니어에 의한 비즈니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액티브 시니어’에 주목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는 55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갖춘 집단이다. 최 사장은 “약 1년 전 액티브 시니어 관련 사업을 사회와 상생하는 유한킴벌리의 기업정신에 맞춰 발전시키려고 고민하다가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모델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CSV란 기업이 일방적으로 베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모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문제도 해결하자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이나 연금 상태를 고려하면 72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평균 은퇴 연령은 53세입니다. 더 일하고 싶고, 일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를 새로운 경제활동 인구로 끌어들이면 일자리 창출, 소비 촉진, 국가의 재정부담 경감 등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유한킴벌리의 액티브 시니어 비즈니스모델에는 시니어 관련 용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R&D)과 판로 개척에 도움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 사장은 “이 기업들에 사업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시니어 전문가 자문단도 곧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관련 제품 전문매장도 연다. 이미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내 서울실버영화관에 시니어용품 매장인 ‘골든 프렌즈’를 오픈했다. 일종의 테스트 매장인 이곳의 성과가 좋으면 주방, 거실, 욕실 등으로 세분한 제품을 판매하는 독립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시니어들의 피부 타입과 경제성을 함께 염두에 둔 노인용 스킨케어 제품처럼 시니어 전용 제품도 개발한다.
최 사장은 “우리 경제의 부담으로 치부됐던 시니어 인력이 오히려 경제의 새 활력으로 자리매김할 날이 머지않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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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익경영 6개 항목 모두 1위
최근 방문한 유한킴벌리 본사 사무실은 마치 대형 도서관 같았다. 직원들은 정해진 자리 없이, 원하는 곳에 앉아 노트북컴퓨터를 펼쳐 놓고 각자의 업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2011년 도입한 스마트워크와 재택근무제에 전 직원이 참여하도록 독려한 덕분이다. 공장 기능직에도 4조 2교대제를 도입해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면 다음 날은 완전히 쉴 수 있게 했다.
동아일보가 21일 발표한 착한기업지수 조사 결과에서 195개 조사 대상 기업 중 종합 1위를 차지한 유한킴벌리는 직원과의 소통, 자율성 부여 등을 평가하는 ‘배려 경영’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부 항목 3개 중 2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익 경영’ 부문에선 6개 세부 항목 모두 1위를 휩쓸었다. 30여 년간 사회공헌 활동과 친환경 활동을 꾸준히 해 온 덕분이다. 1984년 시작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유한킴벌리는 이를 통해 국유림 조성하기, 숲이 있는 학교 만들기, 북한 숲 복원, 동북아 사막화 방지 활동을 펼쳤다. 최근에는 탄소배출권거래제 시범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2020년까지 총매출 중 녹색제품 비율을 30%까지 높이기로 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