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CPU+와이파이 기능에 디자인 혁신까지
이 재원 슈프리마 사장은 “경쟁사보다 디자인과 기능에서 한 단계 나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며 “앞으로는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슈프리마 본사에서 만난 이재원 사장(45)은 그때를 돌이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그는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지능형 차량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었다. 자동차는 한때 삼성의 신수종 사업이었지만 외환위기 와중에 매각되고 말았다. “국민이 낸 돈으로 공부했으니 창업을 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든지 학교에서 인재를 키우라”던 대학 지도교수의 얘기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2000년 초 사표를 냈다. 대학원 연구실에서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의기투합했다. 그해 5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조그만 회사를 차렸다. 현재 지문인식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슈프리마의 시작이었다.
“지문인식은 대기업이 달려들기에는 규모가 애매한 시장입니다. 독일과 스위스의 수많은 중소기업도 이런 틈새를 파고들어 성공했거든요. 우리도 그 가능성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벤처 붐은 순식간에 사그라졌고, 투자자는 씨가 말랐다. 더욱이 정·관계와의 검은 유착관계 형성으로 불거진 이른바 ‘윤태식 게이트’에 지문인식업체 패스21이 연루되는 바람에 관련 기술을 갖고 있던 기업들은 싸잡아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그래도 기술력을 믿었다. 2002년 8월 지문인식 알고리즘 세계 경연대회에서 아시아 1위에 올랐다. 2004년에는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슈프리마 직원들이 경기 성남시 정자동 연구실에서 지문인식기를 소개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 기기에 들어가는 슈프리마의 지문인식 모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성남=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 시장은 상당히 보수적입니다. 디자인과 기능이 혁신적이라도 제품의 안정성, 신뢰성이 떨어지면 먹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면 확실히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2003년 7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2년 550억 원(추정)으로 늘어났다. 매출의 약 70%는 해외에서 얻는다. 영업이익률도 30%대에 이른다. 미국의 보안장비 전문잡지 A&S매거진은 작년 4월 세계 50대 보안기업을 선정하면서 생체인식 업체로는 슈프리마만 포함시켰다. 해외 전시회에서 중국 업체들이 슈프리마 제품의 모방품을 내놓을 만큼 디자인도 인정받고 있다.
지문인식 한 분야에 집중했던 사업도 점차 얼굴인식 등 생체인식 전반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이 사장은 “우물을 깊게 파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곳에 삽질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목표는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슈프리마를 알리는 것이다.
성남=박창규 기자 kyu@donga.com